“난 버틸 수 있으니 제발 이겨만 다오!”

똑같은 줄무늬 슬리퍼를 신고 말타기에 열중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태성중학교 1학년 6반 아이들. 사진 속에서 원섭이는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원락이의 엉덩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공부보다는 친구가 좋은 이 여덟 개구장이들을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디카&폰카 공모전’ 대상작의 주인공으로 만든 사람은 이 학교 윤리교사인 박재신(朴材信·43)씨.

“지난달 27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의 모습을 디카에 담으려고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한편에서 말타기를 하는 녀석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한 컷 찍었죠.”

주말이면 산을 자주 오르는 박 교사는 자신만의 산행기(山行記)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12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 기종은 ‘삼성 디지맥스 350SE’. 하지만 지난 3월, 새 학기를 맞아서는 카메라를 아예 학교에 두고 1주일에 두어 번씩 아이들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주로 찍습니다. 녀석들에게 어린 시절의 밝은 모습을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기 때문이지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힘겨워하는 요즘 아이들은 교실을 벗어나면 훨씬 생기가 있거든요.”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모아 올 가을쯤 자신이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교내 ‘영상제작반’의 개별활동 발표회 때 작은 전시회를 열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모전에 응모할 생각은 없었다. 평소 조선일보 홈페이지(chosun.com)의 ‘디카&폰카’ 코너(dica.chosun.com)에 자주 접속해 사진들을 구경하지만 정작 응모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신문에 ‘마감 이틀 전’이라는 안내문구를 보고서는 아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떠올라 사진을 올렸다.

그는 “우리 학교 학생이 말타기를 주제로 한 사진으로 도내 작품전에 출품해 입상한 적이 있다”며 “이번 사진으로 괜히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작품 속에서 ‘말’이 된 탓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는 김영우(13)군은 “고등학교 형들과 운동장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축구 같은 운동을 할 기회는 거의 없다”며 “대신 학교 건물 뒤뜰에서 말타기를 하며 땀을 흘린다”며 좋아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17년째 윤리과목을 가르쳐 온 박 교사는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물질적으로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그것을 나누며 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된 것이 모두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 때문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사진 속 아이들은 언제나 웃음과 행복을 친구들과 나누며 살았으면 한다”며 모델이 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 교사는 “앞으로 사진기술도 더 배우고 홈페이지 만드는 기술도 익히면 제자들을 위한 작은 갤러리도 만들고 싶다”며 “상품으로 PDP TV를 받으면 주위사람들을 불러다 시사회라도 열어야겠지만 두 딸이 TV 앞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