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마크 뷰케넌 지음/김수정 옮김/ 세종 연구원/ 1만 5000원)
지구상에는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보니 낯선 지방이나 외국 나들이 중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니 그 사람 내 동생 친구였어!"
"세상 참 좁아!" 하는 유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왜 이런 우연이
'자주' 일어나고, 세상은 때로 '너무 작게' 느껴지는 걸까? 그리고
이런 의문을 풀어줄 과학적 원리는 없는 것일까?
'넥서스'(원제 Nexus)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여섯 사람을 건너서
연결된다"는 말로 유명해진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편지 전달
실험(1960)'으로 그 서장을 연다. 그런데 왜 여섯인가? 43을 여섯 번
곱하면 63억이니까 한 사람이 43명씩만 알고 있어도 여섯 사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을 다 알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건 우리가 아는 43명이
서로 겹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다. 하지만 우리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는 서로서로 잘 알지만 저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킨타쿤테와는
여섯은커녕 열 명이나 백 명을 건너가도 연결되지 않을 것 같다.
'넥서스'는 복잡하고 난해해 보이는 이 문제가 던컨 와츠와 스티브
스트로가츠(1998)에 의해 어떻게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고 이 세상이 왜
'작은 세상'인지를 밝혀준다. 나아가 저자 뷰캐넌은 "우연은 분명히
일어난다. 놀라워해야 할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것을 자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반문하여 우리를 놀라게 한다.
21세기는 네트워크 시대이다.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널려있는 수십억이
넘는 웹페이지들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연결되고, 우리 주위에는
전화망·운송망·항공망·송신망 등으로부터 인체 신경망이나 뇌구조에
이르는 갖가지 네트워크가 널려있다. 이런 네트워크의 일반적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가 '네트워크 과학'이고 '넥서스'는 그 소개서인
셈이다. '넥서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우리가 진정 궁금해하던 바로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1980년대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한 에이즈나 최근 전 세계적 공포를
몰고온 사스(SARS)와 같은 질병이 갑자기 창궐하는 현상이나 유언비어가
널리 퍼지는 이유에는 공통점이 있을까? 또 유행이나 우리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뷰캐넌은 공룡의 멸종과 같은 생태계의 '대량멸종'
사건이나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통으로 나타나는 과학적 단편들을
짚어가며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있고 과학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 있고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아주 부드러운
필치로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네트워킹이 여는 '작은 세계'는 인터넷 해커들의 집중공격에
의해 전 세계 네트워크 자체가 마비되는 것처럼 취약한 아킬레스건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네트워크 과학은 이와 같은 네트워크의
약점을 미리 찾아내고 네트워크를 보호하여 다양한 21세기를 살아갈
준비를 하고 그 지혜를 얻자는 것이다.
뷰캐넌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지의 편집자답게
사회학·경제학·생물학·컴퓨터공학 등에서 수많은 사례를 찾아내어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보편성을 찾아가는 물리학자 특유의 정신을 드러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우려는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여
독자를 지루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김충섭·수원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