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스나이더씨.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국내에 첫 소환됐던 미국인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남태·金南泰)는 19일 지난
2001년 서울 이태원에서 동료 미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
여대생 켄지 스나이더(22)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해 2월 미국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이승규
한국지부장, 미군 범죄수사대(CID) 마크 맨스필드 수사관, FBI
거짓말탐지기 요원 디비티스씨가 공동 수사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만을 증거로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사 이외의 수사 기관이 작성한 인터뷰 형식의
수사보고서도 실질적으로 피의자 신문 조서로 볼 수는 있으나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모두 부인하므로 역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형사소송법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조사한 내용에 대해선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게 돼 있다.

법원은 국내에 없는 미국 FBI·CID 등의 수사기관들을 검사가 아닌
'제3자'가 조사한 것으로 보고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1년 3월 대구 K대 교환학생으로 입국했던 스나이더씨는 같은 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K여관에서 미국인 동료 교환학생 J(여·당시
22세)씨와 동성애를 나누던 중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그러나 스나이더씨는 사건 직후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미국으로 도피했다.

미 FBI 등과의 공조 수사로 미국 현지에서 검거된 스나이더씨는 FBI
이승규 수사관 등이 실시한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자백, 지난해 말 국내로
신병이 인도됐다.

스나이더씨는 소환된 뒤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돼 일반 형사사범과
동일하게 수사를 받았다.

스나이더씨는 미국에서의 진술 내용은 수사관들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고, 검찰은 지난 1월 상해치사 혐의로 스나이더씨를
기소했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인 범죄자의
신병이 인도되더라도 국내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없는 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됐다.

한편, 검찰은 수사를 보강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나이더씨는
19일 석방됐으나 검찰은 출국정지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