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정호열 교수의 '국회, 차 보험료 올리나' 제하의 시론(본지
6월 16일자)은 자동차 정비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많은 국민들이 보험업계를 옹호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까 우려해 자동차 정비업계의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정비요금은 자동차관리법(65조) 등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책정돼야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 20여년간
법정 기준요금보다 30% 정도 낮은 요금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특히 보험사들이 지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임금(27.1%
상승)과 물가(19.2% 상승) 상승 등 원가상승 요인을 완전히 무시하고
보험 정비요금을 동결하는 바람에 영세 정비 사업자들이 무더기 폐업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또 1994년 전국정비연합회와 보험사 협회가 합리적인 보험 정비 요금
책정 방안을 한국산업연구원에 의뢰, 그 결과에 따라 정비요금을
책정하기로 약정했으나, 연구 결과가 보험사에 불리하게 나오자
보험사들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후 보험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법원의 판결내용도
무시한 채, 보험 정비요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책정해 왔다.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관계는 대등한 경쟁 관계가
아니다. 보험업계가 우월한 지위에 있다. 영세한 정비업계는 보험
정비요금을 낮게 책정하는 보험업계의 무리한 요구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시론에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이 자율화와 개방화의
시대흐름에 정면으로 거스르고 가격규제를 도입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의 말처럼 가격 결정을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기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 낮은 보험
정비요금으로 영세 정비업체들에 피해를 주고 있는데도 계속 자율
경쟁만을 최선책이라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공정한
룰에 따라 자율경쟁을 하자는 것이지, 보험 정비요금을 인상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합리적인 보험 정비요금을 책정하기 위해 정부가 외부 공익기관에 의뢰해
정비수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소비자가 참여하는 기구에서
요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정비업계가 매년 정비수가의 인상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임금 인상률과 물가인상률 등 몇 가지 정비요금 산정 기준을 정해놓으면
부당한 인상 요구나 분쟁이 없을 것이다.
또 개정안이 도입되면 정비업체 간의 가격인하 경쟁도 없어지고
보험사들은 효율적인 보험금 지급에도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비요금 기준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3~5등급으로 나뉘어진다. 각 등급의 정비수가가 결정되면 정비업체 간
서비스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보험사들은 자사의 경영정책에 따라
정비업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비요금 인상에 따라 보험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미약하다. 현재 보험사에서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은 전체 보험금액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 따라 보험
정비요금이 인상된다 해도 그 폭은 10%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요금이 10% 오르면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은 1.5% 증가하는 데
그친다. 보험 정비요금 인상에 따른 보험금 상승분은 보험사들이
경영합리화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열/경기도 자동차 검사 정비 사업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