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고영구 국정원장으로부터 직접
국정현안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만나 보고를 받았다는 게 뉴스가 되고 또 화제가 되는 것
자체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공식 예산만
6500억여원이 넘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장(長)을 만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뒷문으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주례보고도
없애버렸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정원 개혁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국민들 상당수가 앞으론 대통령이
국정원의 보고를 직접 받지 않는다고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

청와대측은 "당초 국정원장 주례보고를 폐지한다는 것이었으며, 필요할
때는 수시로 현안보고를 받는다"라며, 보고 형식도 '독대(獨對)'가
아니라 비서실장과 관련 수석이 배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임
정부의 주례보고 때도 대통령이 홀로 국정원장만 따로 만나는 독대는
없었다. 그리고 주례보고냐 수시보고냐 하는 형식상의 문제가 국정원
개혁의지의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보고의 형식이나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정원의 정치사찰이라는 악습을 어떻게 없애고,
대북(對北) 첩보 수집의 의욕과 역량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게
국정원 개혁의 초점인 것이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에서 국내 정치사찰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대북·해외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북핵(北核) 위기 등을 감안할 때 한·미 정보
협력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