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현대사회의 예배장소이다." 동물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가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이제 TV를 보며 위로받고 웃고 울며 삶을
보낸다. 이처럼 TV가 가깝게, 그리고 강렬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권력 역시 그 옛날의 종교인들처럼 막강해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TV는 연예인들이 점령해버렸다. 생활정보 프로그램에도
연예인들이 끼어야 '재미'와 '시청률'이 더해진다. 요리
프로그램이나 여행 프로그램도 연예인이 리포터로 나와야만 '쉽고
재미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오전 시간대는 예외없이 연예인들을 앉혀놓고 하는 토크쇼가
이어진다. 눈물 흘렸다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웃어대는 그들을 보면
작은 진실도 느껴지지만 '끊임없는 연출'과 이에 부응하며
'큐시트'대로 일상의 삶까지 '연기하는' 그들을 보게 된다.
심야시간대로 가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연예인들의 신변잡담으로
가득찬다.
권력이란 과시하고 보여줘야 하는 법―요즘 연예인들의 집 자랑이 그
예이다. '이 정도 살고 있어요'라고 소유를 통해 권력을 마음껏
과시한다. 수 십 년 동안 내공을 쌓은 연예인이나 그 어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신이 준 재능을 지닌 연예인이 초 호화 생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얼굴 내민 지 몇 년 되지 않고 그나마 그리
대단치 않은 연예인들의 집이다. 입이 떡 벌어지게 호화저택이다. 평범한
가장의 어깨 힘을 빠지게 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삶의 비상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충 그 혹은 그녀의 수입을 생각할 때 도저히 그런 호화주택과
사치스러운 옷가지, 온갖 명품들로 가득찬 삶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겠는가
하는 점이다. 치열한 세상에서 눈치껏 살아온 시청자라면 도저히 앞 뒤가
안 맞는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끝없이 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연예인의 단순한 집 구경이지만 속내는 연예인 스스로 께름칙한
삶을 TV를 통해 고해하고 회개하는 꽤나 복잡한 기획의도를 지닌
프로그램인 셈이다.
연예인으로 가득찬 오늘의 TV는 높은 시청률을 약속하지만 한편으로
심각한 사회신뢰의 균열과 냉소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안이하게
연예인만을 내세우는 방송사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연예인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 보아야 한다. 연예인이란 다른 직업에 비해 순식간에 치솟는
인기와 CF 한편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에 보통 시청자, 환호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몫이 유달리 큰 직업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왜
외국의 연예인들이 그렇게 많은 사회헌금과 봉사활동을 하는지 이제 한국
연예인들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여옥/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