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이모씨(48)는 며칠전 눈물을 머금고 가게안에 있던 박찬호의 대형 패널사진을 내렸다. 그의 메이저리그 초년병시절부터 자랑스럽게 걸어왔던 사진이건만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쩔수 없이 '강판'시키고 만 것. 부진할때 일수록 박찬호를 격려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으나 오는 손님마다 그에 대한 욕을 늘어놓으며 "왜, 아직 사진을 치우지 않았느냐"는 성화를 견딜수가 없었던 것.
올시즌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한 박찬호가 마이너리그까지 갔다오는 엄청난 슬럼프에 빠진데다 지난 13일 인터뷰에서는 "지난 3년간 한번도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던진 적이 없다"는 책임회피성 발언까지 하자 일부 팬들의 미움은 극에 달한 것 같다. '지난 3년'의 첫해인 2001년엔 허리 부상이 있었으나 'FA대박'을 앞둔 탓에 무리한 등판을 불사, 15승을 따내며 5년간 6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기록했다.
두번째해인 2002년엔 몸이 이곳저곳 아픈줄 알면서도 연봉 1300만달러 선수로서 마냥 쉴수가 없어 억지로 마운드에 올랐고 결과는 9승으로 부진했다.
올해 역시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싫어 묵묵히 등판했으나 결국 부상이 탄로나고 현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된 것. 데뷔 시절인 94년부터 메이저리그를 호령, 수십만명에 달하는 재미교포는 물론 온국민의 우상이었던 박찬호가 C급 투수로 전락한데 대해 많은 이들이 실망을 하는 것은 충분한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무슨 큰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구 욕을 해대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박찬호가 누구인가? 첫 10승대를 올린 97년부터 5년간 연속 두자리승수를 따냈을때 온국민들은 얼마나 열광했던가.
그가 등판한 오전에는 가게마다, 사무실마다 온통 TV를 켜놓고 그의 1구1구에 숨을 죽이지 않았던가. 그가 1승을 올린 날은 스포츠신문이 날개돋친듯 팔렸고 전국은 축제분위기였다. 너도 나도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팬이 됐고, 야구와 상관없던 시장 상인은 물론 시골 할아버지까지 박찬호의 동료였던 라울 몬데시의 이름과 타순까지 외며 열성적으로 응원을 보내지 않았던가.
박찬호는 올해 한해만 잘쉬면 내년엔 거뜬히 재기할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럴때 일수록 비난보다는 따뜻한 격려로 그의 복귀를 돕는게 한때 우리에게 엄청난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영웅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그의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는 팬여러분의 정성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