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Blair) 영국 총리는 12일 그동안 영국 상원(上院)의 한
부분으로 존재해 왔던 대법원 기능을 별도 기구로 신설하고,
상원의장·법무장관·대법원장의 기능을 함께 갖고 있었던 '로드
챈설러(Lord Chancellor·대법관)'직을 폐지하는 사법 개혁을 주요
골자로 한 대대적인 개각(改閣) 및 기구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기구 개편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 605년부터 존재해
총리직보다 긴 1398년의 역사를 지닌 '로드 챈설러'직의 폐지. 그동안
'로드 챈설러'직은 상원의장과 대법원장, 각료의 기능을 함께 지닐 뿐
아니라, 판사 선출 권한을 갖고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법원을 관장해
영국 내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소속국가들로부터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샀던 자리다.
블레어 총리는 '로드 챈설러'직을 폐지하는 대신에 법률 업무를 총괄할
헌법부(Dept. of Constitutional Affairs)를 신설했으며, 상원의원 9명의
대법관 협의체가 맡아왔던 대법원 기능도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을
관장할 신설(新設) 대법원에 넘기도록 했다. '로드 챈설러'직 폐지로
상원은 별도의 상원의장을 선출해야 하며, 블레어 총리는 판사 선출도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도록 독립된 위원회를 통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FP 통신은 "이번 개각 단행과 기구 개편으로, 블레어 총리의
오랜 친구이면서 '사무실 내부 치장에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썼다'는
등의 구설수가 많았던 '로드 챈설러' 데리 어바인(Irvine) 경(卿)이
은퇴하게 된 점을 아쉬워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