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조상은 애초 아프리카 원숭이들에게서 발견되는 두 종의 바이러스이며,
이 바이러스가 하나로 돼 유인원인 침팬지를 거쳐 사람에게 옮겨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영·프랑스 연구팀은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13일자)에서
"인간에게 가장 흔한 AIDS 바이러스인 HIV-1은 애초 붉은머리 망가베이
원숭이와 큰얼룩코 원숭이 등 중남부 아프리카 원숭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최소 2종의 SIV(유인원면역결핍바이러스)가 침팬지에게 옮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HIV-1이 유인원인 침팬지의
SIV에서 왔다는 사실은 밝혀냈으나, 침팬지가 어떻게 SIV에 감염됐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연구팀은 애초 두 종의 SIV를 갖고 있는 이들 원숭이를 잡아 먹는
침팬지에게서 새로 합성된 SIV가 형성됐고, 이후 이 침팬지 고기를 먹는
인간에게 이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경로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앨라배마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인 프레데릭
비볼렛-러치(Bibollet-Ruche)는 "유전학적 연구에서 원숭이들은 10만년
전쯤 SIV에 처음 감염됐고, 침팬지로부터 SIV가 인간에게 옮겨진 것은
아마도 1930년도 이전"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또 다른 HIV 형태인 HIV-2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망가베이
원숭이로부터 직접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볼렛-러치는
"원숭이와 침팬지를 감염한 SIV는 CD4라고 불리는 백혈구를
공격하더라도, 이들 동물을 아프게 하거나 백혈구 수를 줄이지
않는다"며, "다만 인간에게 HIV는 회복 불능 수준으로 백혈구를 파괴해
결국 인간의 면역 체계를 붕괴시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