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독한 에고이스트였다고 한다. 월급을 타도 먼저 자신이 쓸 돈을
따로 챙긴 다음 나머지만을 가족에게 주었다. 심지어 퇴직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학교 졸업식에도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참석해 본
적이 없었다. 결벽증이 심한 그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싫은 인간과
악수했다며 손을 계속 씻었고 다른 사람이 왔다 가면 그가 만진 문
손잡이를 수건으로 닦기도 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음주와 음악이었다. 일단 술을 시작하면 곡기를
끊고 한 달 이상 계속해서 독주를 마셔대는 바람에 그는 결국 간과
신경이 망가졌으며 나중엔 폐까지 나빠졌다. 가족이 술을 못 마시게 하자
지붕을 타고 넘어 도망가는가 하면 가게에 쓰고 다니던 베레모를 던지고
술을 가져가다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다. 자주 조선일보사 앞 아리스
다방에 나타나곤 했지만 거기 드나드는 문인들과도 어울리지 못해 항상
혼자였다.
시인 김종삼. 비슷한 연배의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들인 김수영이나
김춘수와 비교해서도 그의 일생은 불우했고 작품 세계 또한 단출하다.
그렇다면 그는 불행했던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자 생전에 나온 마지막
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민음사)에 실린 시 '행복'에서 화자는
매우 소박한 행복론을 피력하고 있다. 일상의 작은 위안이 주는 행복. 그
행복은 "중첩된 저 산더미"가 상징하는 삶의 무거움을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가볍게 타고 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가게 만든다.
시인이 곤궁한 삶에서 길어 올린 이 작은 희망의 메시지는 그 바탕에
깔린 진정성만큼이나 감동적이다.
(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