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2일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맞아 KBS TV 시사프로인 ‘일요스페셜’을 녹화하면서 대북송금 사건 특검수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파문이 예상된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일했던 측근들이 잇따라 사법처리되고 있는 데 대해 “참으로 가슴아픈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문제는 통치행위로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이처럼 특검수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특검이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하고 있는 데다, 자신에 대한 조사로까지 접근해오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6·15 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 가고 오는 길에 김정일 위원장과 차안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묻자, “비행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엔 군중들의 환호에 일일이 답하고 회담을 앞둔 긴장감 때문에 특별한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나를 불러놓고 군중들이 ‘김정일’을 연호해 다소 우습기도 했다”고 했다. 또 “귀로에도 별 얘기는 없었지만 내가 ‘남북 이산가족들을 빨리 만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장기수 송환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 벅찬 감격 금할 수 없지만 현실을 보면 여러 가지 걱정도 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먼저 핵을 포기하고 국제적 사찰을 수용하고 난 뒤 체제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여러 번 기회를 놓쳐 안타깝다. 서울 답방(答訪)도 실행했어야 했다. 남한 내 온건세력의 입지를 곤란하게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최근의 한반도 위기에는 북한측의 책임이 크다"면서 "북한과 잘하겠다는 남쪽 사람들을 궁지에 몰고…그래서 결국 북한에 반대한 강경세력에는 구실을 주고…"라고 거듭 불만을 피력했다.

미·일쪽의 대북 봉쇄 움직임에 대해선 "봉쇄를 하더라도 러시아·중국이 지원하는데 어떻게 성공하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걱정해줘 감사하다. (퇴임 후) 한때 굉장히 악화됐었는데 요새는 좋아졌다. 의사들 이야기도 좋아졌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