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종로구 인사동에서 포도대장과 순라군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순찰하며 죄인을 잡아 신문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a href=mailto:gibong@chosun.com>/전기병기자 <

“포도대장 출두요!”

조선시대 한성의 치안을 담당했던 포도대장(捕盜大將)과
순라군(巡邏軍)이 인사동에 등장했다. 지난달 24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이들이 인사동 거리를 순찰하고 죄인을 신문하는 모습 등을
재현하는 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

8일 오후 3시 현장극 '포도대장과 그 순라군들'이 열린 남인사마당
인근의 마을마당 '인사동포도청'. 거리 순찰에 앞서 포도대장의 엄명이
떨어졌다.

"인사동 백성들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고, 길을 묻는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만일 위급환자가 발생할 시에는 즉시 구급차를 불러 대처하는
등 인사동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여
안내하라!"

큰 칼을 차고 얼굴에 수염을 붙여 근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구급차'니
'인사동 관광객'이니 하는 말이 나오자 주위를 메운 관광객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친절을 베풀어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네이! 명심하겠사옵니다.”

경쾌한 국악 소리에 맞춰 좌우 양쪽에 기수를 앞세운 포도대장이 육모
방망이·오라·삼지창·검 등의 장비를 갖춘 순라군 8명을 이끌고 행차에
나서자 관광객들도 뒤를 따랐다. 죄인을 호송할 때 쓰던 수레인
함거(檻車)와 작은 가마는 방자(房子·지방 관아에서 부리던 남자 하인)
7명이 끌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작은 가마 안에는 포도대장과 일부 순라군, 그리고
죄인들이 사용하는 와이어리스 마이크와 무선으로 연결돼 그들의 음성을
증폭시키는 음향장치가 들어 있다"고 귀띔했다.

거리를 순찰하던 도중 인사동사거리 인근에서 호리술병을 들고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백성이 나타나자 순라군들이 즉시 함거에 태워
남인사마당으로 압송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아이구, 포도대장 나리 목숨만 살려 주시옵소서!”

죄인을 형틀에 앉혀 오라로 묶고 주리를 트는 문초 과정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행사가 끝난 후 출연자들과 사진을 찍는 순서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

이날 현장극에 참여한 '배우'들은 종로구가 관광문화 상품의 하나로
구성한 '인사동 전통문화 재현팀'. 공익근무요원 14명이 포도대장과
순라군을 맡고, 공공근로자 8명이 함거와 작은 가마 등을 끄는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됐다.

순라군 노경오(21)씨는 "함거의 무게가 500㎏ 가까이 되는 데다, 각종
전통 복장에다 삼지창까지 들면 땀범벅이 된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평일에도 전통 순라군 복장을 한 요원들이 인사동의 불법주차
단속, 쓰레기 투기 방지, 관광객 안내 등을 맡도록 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료 고증을 맡은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이상배(李相培) 연구위원은
"조선시대 좌포도청은 현재 종로3가 단성사, 우포도청은 동아일보사
부근에 위치하고 있었다"며 "인사동은 좌포도청 관할로, 순라군들과
연관이 많았던 지역"이라고 말했다.

현장극 도중 생긴 에피소드 하나. 지난달 인사동에서 열린 연습 과정에서
술 주정꾼 배역을 맡은 공익근무요원 김휘주(20)씨가 죄인 수레에
갇히고, 신문을 받는 모습을 여자 친구가 발견했다.

“야 휘주야, 너 군대 갔다더니 여기서 이게 웬 일이니?”

포도대장 역을 맡은 공익근무요원 박세민(21)씨는 "4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전문기획사 강사로부터 발성법, 표정, 절도있는 자세 등의
연기지도를 받고, 대사 외우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사동 전통문화 재현팀은 7~8일 코엑스 3층에서 열린 '2003
한국국제관광전'에도 초대됐다. 종로구 이노근 부구청장은 "이달
중순부터 인사동의 차 없는 거리가 토요일에도 확대 지정되면,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 현장극을 공연해 인사동의 관광명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현장극은 시민에게도 열려 있다. 포도대장 복장을 갖추고 위엄을
뽐내며, 형틀에 앉아 문초를 받는 죄인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은 간단한
연기 수업을 거쳐 극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 신청은 인사동
포도청(731-0607)이나 종로구청 문화진흥과(731-1183)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