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문 터널 화재사고 당시 암흑으로 변한 터널안에서 부상당한
승객들을 대피시킨 용감한 시민이 있었다. 사고가 난 미니버스에
탑승했던 김근수(61·자영업·서울 성동구 마장동)씨.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김씨는 새까만 가래를 뱉어내며 "불을 끄고 나왔어야
했는데 다 끄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6일 오전 같은 교회 신도들과 함께 서해안 무의도로 예배를
보러가다 버스가 전복되면서 정신을 잃었다.
"위에서 차가운 기름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정신이 들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내 밑에 깔려 있더라고요."
119에 신고하려 했지만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자 김씨는 깨진 창문으로
밖으로 나와, 동료 신도들을 차밖으로 구하기 시작했다. 10여명의
동료신도들을 탈출시키자, 다른 차에 탑승했던 시민들이 몰려와 그의
구조활동을 도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차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터널 내부 소화전으로
달려간 김씨는 소화전을 작동시키고 버스에 물을 뿌렸다. "정신없이
불을 끄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터널 안 조명이 일제히
꺼졌어요.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어요." 김씨는 그때야
터널을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캄캄한 어둠 속 매캐한 연기에 목이 막혔으나 김씨는 옷에 물을 적셔
코와 입을 틀어막은 채 드문 드문 켜져 있던 자동차 불빛에 의지해
터널을 빠져나왔다.
김씨는 "예전에 건설 현장에서 20여년간 일하면서 사고상황을 많이
접했다"며 "위급한 상황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