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는 5일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며칠 전 “요즘 심정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밥도 잘 못먹어요”라고 했었다. 이날 윤 부총리에겐 한국교총의 장외 집회 유보와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유보라는 희소식이 잇따라 들려 왔다.
이날 오후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윤 부총리를 세종로 정부청사 복도에서 잠시 만났다. 그는 “요즘 ‘덕홍스럽다’란 말이 유행이란 걸 아느냐”고 하자 “오락가락해서 그러느냐”며 허허 웃었다. 그러나 전날 청와대에서 김두관(金斗官) 행자부 장관과 나눈 담소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된 때문인지 말을 아끼려 했다.
-옆에 기자가 있다는 것을 몰랐나?
“전혀 몰랐다. 비서인 줄 기자인 줄 어떻게 아나? 나중에 기자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기사화될 줄 몰랐다.”
-대통령이 거듭 신임을 표시했다.
“대통령께는 너무 죄송하다. 솔직히 면목이 없다. 앞으로 심기일전해 잘 해야 하는데….”
-교총도 집회를 유보하고, 한나라당도 해임건의안 제출을 유보했는데….
“이제 (NEIS사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으면 좋겠다. 다른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는 “하도 얻어맞아선지 ‘힘내라’ ‘당신이 하려고 한 것 아무 것도 못하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격려도 좀 들어온다”며 씩 웃었다. 그는 며칠 전 퇴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자리에 연연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신경쓰인다. 물러나더라도 NEIS문제를 해결하고 교단 갈등을 치유하고 나가야 다음 분이 일할 수 있지 않은가. 정말 욕심이 없다. 물러나면 대구대 교수로 갈 것”이라고 말했었다.
-앞으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보화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으니 이제 기술적인 문제 등 모든 것을 거기서 결정하고 끝내야 하는 것 아닌가.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천명하는 등 계속 강경하다.
“전교조도 이쯤해서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연가투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전교조도 평가받을 것이다.”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은 전교조가 합의내용을 두고 NEIS가 폐기된 것이라고 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고 했다.
"합의내용의 골자는 6개월 후 재검토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니까 NEIS폐기로 몰아가더라."
-전교조와 직접 협상에 나서본 소감은?
“NEIS와 관련해 전교조가 인권이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개인 신상 정보 집적이란 문제를 거론한 것도 공(功)이다. 그러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런이런 점을 보완해달라고 하면 되는데 완전 폐기하라고까지 하니까, 이건 무리가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는 이어 “역대 장관 중 나만큼 전교조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전교조의 강경 투쟁에 섭섭함을 내비쳤다.
-NEIS문제로 엄청난 혼란을 가져 왔는데, 잘못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처음엔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고 한 측면도 솔직히 있었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대처를 달리했을 것이다. 인권 침해 항목만 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하니 이번엔 정보 집적이 문제라면서 나왔다. 또 전교조와 합의한다고 교육감이나 교장단, 교총이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윤 부총리는 며칠 전엔 “다 설득하려다 아무 것도 못하게 됐다. 중앙 행정 경험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도 했다.
-지방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은?
“지방에서는 제가 설득하면 잘 먹혔다. 그러나 중앙은 다르더라. 대립도 너무나 첨예하다.”
-부총리의 교육철학이 뭐냐는 얘기가 많다.
“지금까지는 교육정책이 관료들 책상머리에서 나왔다. 앞으론 이렇게 하지 말고 정책 결정 전에 교사, 학부모를 참여시켜 학교 현장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피드백하는 식으로 참여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교육부 몸집 줄이고, 교육청에 업무 이관하고, 교장 권한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장의 권한이 너무 강하면 안 되니까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교장한테가서는 교장 권한 강화한다고 하고, 학부모 한테 가서는 교장 권한 줄인다고 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윤 부총리는 이번주 들어 대외 일정을 대폭 줄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너무 세게 혼이 나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으냐”면서 “일단 이번 고비를 넘기면 의욕적으로 나설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