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古都) 하면 경주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역사 도시가
바로 서울이라면 선뜻 수긍할 수 있을까?
한강변을 따라 거주했던 선사인들로부터 한성백제 500년, 조선왕조
500년에 이르기까지 서울에 켜켜이 깃든 역사의 나이테를 들춰 보자.
서울은 그만큼 오래된 도시다. 그래서 항상 새롭다. 하지만 최근 100년
사이, 일제 강점기와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역사도시로서
서울의 면모는 사라지거나 잊혀졌다.
서울시에서 올 8월부터 '서울문화유산해설사(Hi Seoul Greeters)'를
편성,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서울의 진면목을 새롭게 일깨우겠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대한제국의 비운이 깃든 정동과
경복궁·창경궁·대학로·명동·남대문 일대에 대한 문화유산 해설을
무료로 해 주는 것이다. 석 달간의 기본교육과정을 통해 오는 7월 초
처음 배출되는 '해설사'들의 '서울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1단계로 우선 편성된 세 개의 코스를 미리 한번 따라가 보자.
◆ 근대문화중심(덕수궁과 정동 일대) =19세기 말 20세기 초, 대한제국의
역사를 곱씹으며 걸어야 할 길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줄지어 자리한
열강의 대사관을 보노라면 이곳이 제국주의의 각축장이었음을 대번에
느낄 수 있다. 반면, 이화학당(현재 이화여고)과 배재학당터(현재
배재공원)를 보면 교육을 통한 근대화에 주력했던 이들의 숨결이
배어난다.
이 지역을 둘러볼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지금은 근처에 자리한 어느 유명한 추어탕집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진 채 사무실로 쓰이는 중명전(고종이 헤이그특사를
파견하며 친서를 전해주었고,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곳)이나, 옛
경기여고터를 반드시 돌아보자. 그곳 모두가 덕수궁이었다. 현재 담장이
둘러쳐진 곳만이 덕수궁은 아닌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는 코스여서
문화산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 전통문화중심 1(경복궁과 인사동·청와대) =조선왕조의 궁궐하면
떠오르는 게 경복궁이다. 하지만 경복궁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문격인 남문은 광화문인데, 북문을 신무문(神武門)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광화문 동쪽, 삼청터널 방향으로 진입하는
길에 자리한 누각 같은 건물이 궁궐의 망루 역할을 했던
'동십자각'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또 몇일까?
이 코스는 경복궁을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경복궁 내부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신무문에도
가보고, 사전에 신청해야 관람할 수 있는 '역대 국왕의 어머니들'을
모신 '칠궁(七宮)'도 둘러보자. 청와대 자리 역시 경복궁의
후원이었다는 점도 기억하자. 역대 대통령들이 외국의 국빈들로부터
선물받은 것을 전시한 '효자동 사랑방'도 볼거리이다.
◆ 전통문화중심 2(종묘·창경궁·창덕궁) =이 코스의 핵심은 종묘이다.
종묘에 가면 두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숲 속에 둘러싸여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종묘를 보면 '서울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느낄
것이다. 하지만 종묘를 나온 뒤에는 '이곳이 서울 맞구나' 생각하게 될
것이다. 생활기거공간이 대단히 발달한 창경궁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창경궁에서 창덕궁으로 향하는 율곡로는 걷기 코스로
권하고 싶지 않다. 시끄럽고 비좁을 뿐 아니라, 매연에 찌든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래는 하나의 권역이라고 볼 수 있는 창경궁과
종묘를 일제가 도로를 낸다면서 잘라 만든 게 율곡로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코스별 상세한 이해를 위한 추천 홈페이지는
'http://sca.visitseoul.net'(서울문화재),
'http://palace.or.kr'(우리궁궐지킴이) 등이 있다. 문의 서울시청
관광과 (02)3707-9458
(강임산·한국의 재발견 사무국장 arari-kore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