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는 하늘·땅·바다의 자연 보물과 유구한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산교육의 백과사전입니다.』

29일 오후 부산 영도구 태종대 광장에서 만난 윤행(尹幸·60·영도구 청학동)씨는 「태종대 찬가」부터 시작했다. 하얀 색 챙모자, 뿔테안경, 하회탈같은 미소…. 인심좋은 동네 할아버지 인상이었다. 윤씨의 직업은 태종대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윤씨는 최근 「제4회 부산녹색환경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윤씨가 대상 수상자로 뽑힌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태종대 환경의 파수꾼이기 때문. 별명도 「태종대 할배」다. 윤씨는 98년 9월 태종대 환경미화원으로 취업했다. 사업을 하다 망하고, 월남 파병 고엽제 피해로 건강마저 나빠져 실의에 빠져 있다 인생을 새 출발하는 심정으로 빗자루를 들었다.

『주말이나 휴일 다음 날엔 태종대가 쓰레기 전시장으로 변하는 거예요.』

놀러 와서 버린 쓰레기는 물론 생활쓰레기, 산업폐기물까지 쓰레기 종류도 다양했다. 사람들의 비양심(?)에 놀란 윤씨는 어떻게 하면 이런 병폐를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다 「편지를 쓰자」고 결심했다. 윤씨는 『잘 몰라서, 남이 하니까 쓰레기를 갖다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직접 말하는 것보다 편지로 하면 상대방의 기분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되더라』고 말했다.

윤씨의 태종대 사랑은 이렇게 싹이 텄다. 쓰레기를 뒤져 버린 사람들의 주소를 알아내 쓰레기를 찍은 사진과 간곡한 당부를 담은 글이 쓰인 편지를 보냈다. 이왕 내친 김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생각에서 태종대로 소풍을 오는 부산시내 각급 학교와 교육청에도 편지를 했다. 이런 「애교 편지 보내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 지난 99년 9월 태종대에서 가진 딸의 결혼식 하객들을 중심으로 「태종대 지키기 사랑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160여명이 회원이었으나 요즘은 230여명으로 불었다. 회원들은 태종대의 소중함을 알리는 「선교사」 혹은 「포교사」 역할만 하면 된다. 또 매달 1차례씩 윤씨가 보내는 태종대 편지를 받는다. 『송골매 식구가 발견됐다』 『자생란 풍란을 심었다』 등 태종대 식구들의 근황이 편지내용이다.

윤씨는 이와 함께 「태종대 기우제 추진」 「태종대 풍란 자생지 복원」 등 태종대의 역사성·환경성을 복원하려는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태종대 기우제는 조선시대 동래부 기우제가 항상 이곳에서 지냈던 것에서 유래한 것. 윤씨는 다음 달 9일 태종대 기우제를 지낼 예정이다. 윤씨는 태종대의 역사·유래 등을 담은 유인물을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고 있기도 하다.

『울창한 숲을 이루던 해송은 노화되고 그 밑으로 난대성 활엽수만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숲 속의 환경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윤씨는 그래서 태종대 안 태종사 스님들과 함께 우리 나무심기, 야생화 씨뿌리기를 하고 있다. 우거진 숲 속에 사슴·산토끼·꿩·다람쥐 등이 뛰놀고 송골매·박새 등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태종대…. 윤씨는 『그 꿈을 꾸며 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