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수수께끼

(최창모 지음, 한길사, 1만5000원)


금기(禁忌)란 단호하면서도 모호하고, 또한 신비스럽다. 금기를 전수받는
입장에선 끊임없는 의문과 질문이 생겨나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옛날부터 원래 당연히 그랬다'는 주류 이데올로기적인 목소리에 곧잘
억압된다. 고대 유대인의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성서에서도
금기는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국내 유일의 히브리학 전공 학과인 건국대
히브리학과 교수로, '이스라엘사' '고대 히브리어 연구' 등의 저서를
냈던 저자는 금기를 파헤치는 것조차 금기시됐던 이 분야에 인류학의
성과들을 원용하며 과감한 메스를 들이댄다.

가령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이는 이미 성서에서 '너희는
이 고기를 먹지 말고, 그 주검도 만지지 말라. 이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하니라(레위기 11:11, 24)'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 왜
그랬을까? 돼지의 불결한 습성 때문이라는 위생이론 신성한 동물로
여겼다는 토템이론 신에게 바치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라는 설
반(半)유목 반(半)농경의 척박한 거주지에서 돼지 사육은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환경이론 등 가설은 다양하다. 즉, 금기는 공동체의
유지에 필요한 여러 요인들이 뒤섞여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유와
고기를 같이 먹지 않는 금기는 '친족 간의 결합'이라는 '오염'을
막으려는 데서 생겨났고, 이는 오늘날 이스라엘의 맥도날드에서 좀처럼
치즈버거를 팔지 못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성(性)에 관한 금기도 따지고 보면
의문투성이다. 왜 월경(月經) 피는 불순하게 취급됐을까? 고대사회에선
폭력과 희생을 전제로 한다고 보아 피를 위험한 것으로 여겼고, 몸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피는 훨씬 위험하며 모두를 오염시킨다고 보았다는
것. 동성애는 왜 금지됐을까? 남성 간의 동성애에서 한 남자는 결국
'여성'이 돼야 하기 때문에 성전환이라는 '동일성의 교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며, '생산'이 없기 때문에 '씨를
낭비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남녀 의복 교환착용의 금기,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우월하게 평가되는 금기, 문신에 대한 금기 등 '개인적인 금기'의
원인들이 해석된다. 이와 같은 금기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저자는
'원시적인 공포, 성스러움, 더러움, 위험, 애매모호함, 경계, 욕망 등과
결합해서 발생하고, 종교적이고 제의적인 성격을 띠며, 개인이나 사회를
방어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금기가 상당 부분 깨져버린 현대사회가 원시사회보다 훨씬 더
질서정연하거나 안전하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사회가 분화하고
복잡해질수록 공동체의 공동의식·집단의식·통일성이 사라지면서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고 그들 모두에게 유익한 금기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없이 다양한 섞임과 잡종의 문화, 생물학적 유전자의
조작기술 속에서 종(種)과 종, 인간과 동물, 남자와 여자, 성(聖)과
속(俗)의 차이는 소멸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사회의
문화는 현대의 문화 속에서 여러 구조와 형태로 잔존하고 있으며, 스스로
근대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위장된 신화와 타락한 제의는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