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문제 첫 공식 논의한 30일 민주당 당무회의는 고성 속에 신·구주류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4시간 만에 끝났다. 작심한 구주류는 대통령 측근의 대구시지부장 임명안부터 저지했고, 굳은 표정의 신주류 좌장 김원기 상임고문은 회의자료 한 귀퉁이에 ‘저항’이란 글자를 다섯 차례나 반복해 적어보기도 했다.

◆ 구주류 “못 믿겠다” 대 신주류 “신당은 대세”

당무회의는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이강철 대구시지부장 임명 안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윤수 의원은 “그 사람은 시지부장은 커녕 당을 나가야 할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임채정 의원이 “인신공격 하지 말라”고 나서자 이 의원은 다시 “이 지부장내정자가 신당불가 5인방을 언급한 것은 괜찮고, 그를 반대하는 것은 인신공격이냐”며 반발했다. 결국 이상수 사무총장은 정대철 대표와 협의 끝에 시지부장 임명안을 일단 이번 회의엔 상정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구주류는 대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신주류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하나 문제삼으며 '구밀복검(口蜜服劍)'(김충조 의원)아니냐며 불신했다.
유용태 의원은 "개혁당은 의정부 연합공천 약속을 어겼고 오히려 유시민 의원은 우리 당을 공격하기도 했다"며 "이상수 사무총장은 배신당하고 사기당한 책임을 지고 거취표명을 하라"고 말했다. 김경천 의원은 민주당 내분 사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장성원 의원도 "통합신당론은 동교동계 배척을 위한 위장이고 위계"라고 말했다.
반면 신당파인 신기남, 천정배 의원은 인위적 인적청산은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은 “리모델링이나 외연확대로는 안 된다”며 “산당은 좌파정당이나 인적청산 없이 민주당 내 모든 세력에게 기회를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고, 신기남 의원은 “신당을 민주당이 주도하면 이념적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신당 논의를 정치발전의 과정이라고 보고 즐겨달라”고 했다. 같은 신주류인 송영길 의원은 “분당 불가”를 언급한 정대철 대표를 향해 “대표가 (신당을) 할꺼면 하고, 말꺼면 말라. 표류하지 말고 입장을 빨리 정리하라”고 했다.

회의 막판에 이상수 사무총장은 “구주류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구주류가 뭐야” (정균환 원내총무) “그런 소리 하고 싶으면 총장 내놓고 해”(김옥두 의원) 등 반발하고 회의장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이날 당무회의에 불참한 추미애 의원은 이날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버리려했던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노 대통령도 민주당을 지역당이라고 비하한 것은 지역주의의 현상만 보고 원인이나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 신당 이념 논란

박상천 최고위원은 신당을 ‘좌파 정당’이라고 집중 공격, 이에 반발하는 신주류와 색깔론 공방을 벌였다. 박 최고위원은 ‘이질분자’ ‘위장전술’ ‘놀부심보’ 같은 자극적인 말을 써가며 40여분간 이해찬, 이상수 등 신당파 의원들을 실명을 거론하며 공격했다.

그는 천정배 의원이 “노선이 선명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데 대해 “신당이 좌파정당이 아니라면 왜 선명성 이야기를 하느냐”며 “신당 핵심그룹의 속셈은 겉 모습과 달리 민주당 해체와 인적청산이고 신당의 본질은 진보세력이 총 집결한 이념정당이고 그 내부에서 중도 보수세력은 이질분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통합신당이란 주장은 정기국회까지 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전술”이라며 “내년 1~2월에 이념적으로 선명한 사람들이 대학생이나 노사모 같은 사람들을 기간당원으로 끌고 들어와 국민경선제를 이용해 기존 지구당 위원장들을 떨어뜨기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기 전에 이상수 사무총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서로 간에 적당히 좀 끝냅시다”고 했고, 이해찬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신당을 색깔론으로 몰고가는 박 최고위원의 발언에 유감”이라며 “지긋지긋한 이념공세를 당 내에서 다시 들으니 새삼 ‘사람이 무섭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가장 진보적이었던 평민련에서 함께 활동했던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자의적인 색깔론으로 신당에 참여 인사를 위협하는 생각”이라며 “신당이 만들어져도 주도권은 민주당이 갖고, 특정지역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길어지자 신주류 천용택 의원이 “애기 좀 짧게 하라”고 말허리를 잘랐고, 이 과정에서 이윤수 의원이 “왜 끼어드냐”고 맞받으며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천 의원이 “너는 왜 나서냐”고 하자 이 의원이 “뭐야 천용택 너 조심해”라고 했고, 이어 “너부터 조심해 임마” “임마라니. 싸가지 없이 까불어” 등 거친 말이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