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4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 친구들과 함께 온 중·고등학생 등으로 260석 좌석이 가득 메워졌다. 몇몇 어린이들은 “오늘 퀴즈를 꼭 맞춰 사탕을 받겠다”며 콘트라베이스를 설명한 팸플릿을 꼼꼼히 읽었다. 또 몇몇 학부모들은 콘트라베이스와 바이올린의 기원이 “같다” “다르다”며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그랬듯이 음악회가 시작되면 모든 추측의 답이 풀리고, 관객들은 음(音)의 마력에 푹 빠지고 만다. 각종 악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 퀴즈 및 답변, 테마 악기 독주, 그리고 협주…. 2년 전부터 시작된 ‘황희정의 음악세상’은 난해한 음악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주에 해설이 곁들여진 이색 음악회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6번째 음악회가 이어졌고, 오보에·플루트·클라리넷·첼로·트롬본·콘트라베이스 등 그동안 거쳐간 악기도 다양하다.
‘음악세상’을 이끄는 주인공은 의정부 호원동에 거주하는 황희정(黃熙晶·여·35)씨. 1988년 경희대 음대 졸업 후 KBS·MBC·SBS 관현악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씨는 오보에와 피아노가 전공이다. 평소에도 “대중과 음악이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황씨였지만, 결혼 후 1992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왔을 땐 그야말로 암담했다.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 상당수가 “클래식 공연에 가본 적이 거의 없다” “음악이 어려워 관심 갖기 힘들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2001년 4월 의정부예술의전당이 개관했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비(自費)로 팸플릿·현수막을 만들고 주저없이 소극장을 대관했습니다.”
관객 호응 등 모든 것이 미지수였지만 황씨는 서울에서 함께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임(여·44·바이올린)씨 등 5명과 함께 ‘황희정의 음악세상’ 단원을 구성, 2001년 12월17일 ‘치마로사(Cimarosa) 오보에 협주곡’ 등 오보에를 테마로 첫 음악회를 열었다. 무료로 진행됐던 1·2회 공연 때 좌석의 90% 이상이 채워지는 등 예상 밖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고민이 생겼다. 연주자 초청과 해설책자·현수막 제작 등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같은 해 7월 클라리넷을 테마로 한 3회 공연 때부터는 약간의 관람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었다. 관람료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3회 공연부터는 아예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좌석이 꽉 들어찼다. 서울 등 타 지역 관객들도 늘어났고, 특히 단골 관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황씨는 KBS 금관5중주단 등을 초청하는 등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에 보답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유나(여·42·의정부시 호원동)씨는 “음악을 이해하다 보니 클래식이 새롭게 와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의 어머니 김장강(63·안양시 석수동)씨는 한번도 안빠지고 음악회를 찾아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딸을 호되게 나무라기도 한다.
황희정씨는 “의정부에도 오케스트라가 생겨 클래식의 향기가 넘쳤으면 좋겠다”며 “다음달 러시아에서 한달 동안 음악공부를 하고 돌아와 8월쯤 더욱 참신한 음악회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