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 빠져있던 제2기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출범 19일
만에 일단 정상화됐다.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김도환 방송위 노조위원장은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위원회 독립성 확보와 위상 제고를 위한
합의문'을 공동 발표했다. 이로써 '방송위 전면 재구성'을 골자로
하며 노조가 벌여온 '상임위원 출근저지투쟁' 등 방송위의 내홍도
형식상 봉합됐다.
합의문에 따르면 노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위원 9명은 30일 취임식에서
"방송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선서하기로 했다. 또 전체회의와 상임위원회의
속기록을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방송사 임원과 이사회 인선에서도 그
절차를 투명하게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이 벌여온 '명분 약한 싸움' 탓에 이미 임기가 만료된 KBS
이사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 EBS 사장의
추천·임명 등 방송계 인사와, 방송·통신의 융합에 따른 법제 정비와
대응기구 마련 등 시급한 현안들이 전면 중단됐었다.
각각 지난 15일과 16일로 3년 임기가 끝난 KBS 이사진과 방문진 이사회는
방송위 눈치만 보며 엉거주춤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새 이사진이
구성돼야 정식 임기를 시작하는 KBS 정연주 사장도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방송위와 노조의 합의는 양측의 나눠먹기식 봉합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들은 노사 공동으로 가칭 '혁신위원회'를 구성,
정·부위원장을 제외한 상임위원들이 방송위원회 조직 운영과 관련한
인사·직제·예산 등에 대한 결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고, 이번 방송위의 파행에 대해 "노동조합과 사측
모두 일절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전날까지만 해도 "특정 인사를 상임위원에서 제외시키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지만 하루만에 이를 뒤집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기간 동안 방송위원회를 마비시키고
당신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요? 명분이요 실리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이었소?"라고 꾸짖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는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지만 뒤늦게라도
정상화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방송 관련 학자, 현장 방송인 등 외부
전문가 집단에게 자문을 받아 산적한 현안들의 우선순위를 시급히 정해
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