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연기력 테스트를 하셔야죠. 이건 암기력 테스트 아닌가요?”
탤런트 안재욱은 대본을 받아본 뒤 장용우 PD에게 농담 조로 엄살을 떨었다. 그는 SBS TV 수목드라마 ‘선녀와 사기꾼’(극본 김영찬, 연출 장용우)에서 전문 사기꾼 재경 역으로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그가 엄살을 떤 것은 드라마 첫 회 분에서 그의 대사가 등장인물 전체 대사의 3분의 2(대본으로 약 100쪽)에 이를 만큼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어트 약을 팔기 위해 청중 앞에서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장면에서의 대사는 한 번에 30쪽 분량이다. 말을 시작해서 끝내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분48초. 전례 없이 긴 단독 대사다.
장 PD는 “카메라 신경쓰지 않고 연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카메라 3대를 동원해서 찍었다”며 “안재욱이 암기력이 좋은 걸 아니까 시도할 수 있었던 장면”이라고 말했다. 안재욱은 “주어진 대본대로 정확하게 암기한 게 아니라, 지루하지 않고 리듬감 있게 풀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안재욱은 촬영 당시 NG 없이 단번에 OK를 받아내는 ‘괴력’을 발휘해 스태프들의 경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촬영을 마친 뒤에는 과로로 실신해 병원에 입원했다.
안재욱과 드라마 ‘전쟁과 사랑’, ‘복수혈전’에서 인연을 맺은 장 PD, 영화 ‘짝’의 시나리오를 쓴 김영찬 작가는 방송계에서 ‘장용우 사단’으로 불릴 만큼 절친한 사이. 일찌감치 캐스팅된 안재욱은 지난 2월 감독·작가와 3박4일간 합숙을 해가며 드라마 기획에도 참여했다.
변호사·의사 행세를 하며 평생 거짓말만 하고 살아온 재경(안재욱)이 사진사 경숙(김민선)을 사랑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릴 ‘선녀와 사기꾼’은 6월 4일 밤 9시55분에 첫 방송된다. 극 중 캐릭터가 능수능란한 사기꾼이어서, 앞으로도 안재욱은 종종 유창한 ‘말발’을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