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모델동아리 ‘EMC’회원들이 28일 오후 이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키 크고 늘씬한 사람만 패션모델 하란 법 있나요.”

이화여대 모델동아리 'EMC'(Ewha Model Club)가 29일 이대 중강당에서
첫 패션쇼를 갖는다. 지난해 만들어진 EMC는 '모델'들의 모임이란
이름을 내걸곤 있지만 흔히 생각하듯 마른 체형에 쭉 뻗은 긴 다리를
지닌 무표정한 얼굴의 학생들만 있진 않다. 동아리 회원 20명의 체형은
키 150~170cm, 몸무게 40~60kg 사이로 각양각색. 보통 여학생들과 전혀
다름없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이 모임을 주도한 정현주(26·체육교육)씨는 3년 전 한 친구 소개로
모델계에 입문했는데, 인간미를 상실한 모델계의 상업적 모습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모델은 34·24·34에 170cm·48kg은 돼야 한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부터 깨고 싶었어요. 단순히 화려한 옷만 입고 무대 위를
활보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린 옷을 입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의미에서 모델 꿈을
펼치고 싶다는 학생들은 체형을 불문하고 누구든 환영했습니다."

시작 초기엔 일도 많이 꼬였다. 학교 곳곳에 붙인 포스터를 보고 많은
학생들이 연락을 해 왔지만, 신체적 조건을 완벽히 갖춘 전문 모델의
모임이 아니란 걸 알곤 하루 만에 탈퇴하기도 했다. 몇몇 학생은 "키도
작으면서 어떻게 모델을 해"라며 비꼬았다. '키 크고 예쁜 여대생
모델들의 모임'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면서 정체 불명의 밤무대
업체에서 출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주위의 시선엔 아랑곳 없이 회원들은 열심히 땀을 흘렸어요. 매주 두
차례씩 학교 강당에 모여 1시간반씩 자세 교정 및 워킹(걷기) 연습을
하고 의상 디자인을 공부했죠. 신체적인 조건 및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당찬 모델들 20명이 펼칠 첫 패션쇼 주제는 '여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2003년'.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만국기 옷 등을 입고 자유와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여성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날려 버리는 퍼포먼스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