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학과 교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임영방(林英芳·74)씨가
700페이지 짜리 방대한 저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미술'(문학과 지성사)를 냈다. 집필기간 4년, 자료 수집 기간은 40년.
"학생때 부터 줄곧 준비해 왔다"는 책이다. 임씨에겐 특히 민중미술
계열에서 따르는 제자들이 많다. 이들이 지난 3월부터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3월부터 추진해온 출판기념회를 30일 오후 5시30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연다. "회갑이다, 정년퇴임이다 할때마다
제자들이 기념식 하자고 했지만 나는 늘 '나중에 정말 쓰고 싶은 책을
쓸 테니 그때 한번 하자'고 말해 왔지요."
평창동 자택 서재를 가득 채운 책은 대부분 르네상스 관련 저서들이다.
인천생인 임씨는 무역업 하는 아버지 따라 홍콩으로 건너갔고 이어
프랑스 파리대와 대학원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파리대에서
르네상스 미술의 세계적 권위자 앙드레 샤스텔 교수의 영향을 받은
임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탈리아를 드나들며 역사적 현장을 탐방하고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작품을 찾아다녔다. 97년 영국 런던대 코톨드
미술사연구소에 초빙교수로 간 것도 그 곳이 르네상스 연구의 중심이기
때문이었다. '예술이 어떻게 인문주의를 실천하는가' '과연 인간에게
미술은 무엇인가'. 임씨는 그 해답을 르네상스에서 찾고자 했다.
"미술은 정치 사회 종교 사상 신화 등 인간의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그리고 르네상스야 말로 인간이 인간의 본성과 가치를 발견, 탐구,
확신한 시대 아닙니까."
이번에 출판기념회 위원장은 김정헌 공주대 교수. 또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 시인 황지우, 화가 박영남·임옥상씨 등이 참가한다.
신경호(전남대) 신현중(서울대) 안필연(경기대) 이영욱(전주대
교수·문화관광정책개발원장) 장화진(이화여대) 주동률(한림대)교수 등도
합세했다. 임영선 경원대 교수는 스승의 흉상을, 권여현 국민대 교수는
초상화를 증정한다.
임씨는 1980년대 민중미술 계열 작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시절,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물리치고 300명이 넘는
작가를 초청, 대규모 민중미술 전시를 열기도 했다. 제도권으로터 한 때
금기시됐던 민중미술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처음 입성한 전시는 당시로서는
사건이었다. "민중미술은 단순한 미술의 현상이 아니라 분명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었습니다."
"요즘 화단이 너무나 침체 돼 있다"고 말한 임씨는 "전체 미술계를
들썩일 만한 화제의 전시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시절, 임씨는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 프랑스 세자르전, 독일 알프레드
뒤러 판화전, '아 고구려 전' 등 숱한 대형 전시를 개최하면서 미술관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미술을 오로지 돈으로 보는가 하면 미술교육을 대학 입시하고만
연결시키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임씨는 "사람들이 옛날 것은 접근이
어려워 배우려 하지 않고 막상 배우려니까 쉽지 않아 외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