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가까이 전국에 남아 있는 왕조시대의 교지(敎旨)를 전문적으로
수집해온 김문웅 (金文雄·60·전 국무총리실 비상기획위원회
관리관)씨가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그 동안 모아온
수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책 사랑운동을 펼치는 자발적
모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회장 박암종 동서울대학 교수)로부터
올해 '애서가상(愛書家賞)' 수상자로 지난주 선정된 그는 공동
수상자인 김종규(金宗圭·64) 삼성출판사 회장 겸 한국박물관협회장과
함께 24일부터 30일까지 이곳에서 자신들의 애장본 100점을 각각 골라
전시하고 있다.
"교지에는 조선시대와 한말(韓末) 국력의 성쇠가 담겨 있습니다. 숙종
때 교지는 굵은 서체에 두꺼운 종이로 '권위'까지 갖췄던 반면 국고가
고갈됐던 명성황후 섭정 시절과 외교비용이 절실했던 한말에 남발한
교지는 계급만 있고 직책은 없는 공명첩(空名帖)에 불과했지요."
교지란 왕이 내리는 명령문으로 임면(任免)·자격·시호를 명시한
임명장과 면역(免役)·노비·토지를 하사하는 사패(賜牌)가 있다. 김씨는
1969년 말 어느 토요일, 집안 족보의 해석을 의뢰하려 인사동에 들렀다가
일본인들이 교지를 사가는 것을 보고 '누군가 교지의 국외 유출을
막아야겠다' 싶어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32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지난해 퇴임한 김씨는 주말마다 전국 고서점을
돌면서 사 모은 교지 5000여점을 경기도 양평에 마련한 서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는 참고자료조차 없는 교지 연구에 매달려 97년 중앙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교지는 값어치를 따질 수 없고 팔 생각도 없다"며 "국가
재산인 만큼 때가 되면 모두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