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미래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노튼/ 24.95달러)
민주주의는 최고의 가치이고,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으면 민주화를 보다
확실히 해서 이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뉴스위크지(誌)의 편집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원제: The Future of Freedom)에서 지나친 민주주의가 자유를
위협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압제를 가져온 사례를 풍부하게 들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후 집권한 자코방은 전제적 민주정부였다. 영국이 자유민주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정치체제가 귀족주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그런 예가 많다.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이지만 그의 정부는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등 매우
압제적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제약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경제적 번영과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직선적이다. 오늘날 한국과 대만이
누리고 있는 번영과 자유는 이들 국가가 과거에 민주주의를 제약한
상태에서 경제개발을 추진해서 얻은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6000 달러
미만인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시행해 성공한 예가 없다.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의 성공은 민주투사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제성장에서
비롯한 것이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부유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들
국가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국민들이 합리적 제도를 구축할 동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미국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라크 정부를 재건한다면 아랍권 최초로 자유국가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선거를 치르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가져올
수 있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저자는 민주주의보다 헌법적 자유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오늘날 미국의 정치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민을 리드하기보다는 그때 그때의
여론조사에 끌려가고 있는데, 여론이란 대개 로비스트와 운동가들이
조작한 것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예비선거가 활성화됨에 따라
정당은 이제 인기있는 후보가 타는 빈 배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렸고,
정치과정이 직접 민주주의를 닮아 감에 따라 여론조작에 능숙한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미국 정부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
과도한 민주주의에 물든 것은 정치과정만이 아니다. 금융, 언론, 출판,
예술, 종교 등 미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지나치게 민주화돼서
대중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지난 날 미국을 이끌어 온
공공정신을 갖춘 엘리트 계층은 사라져 버렸고, 고급 언론과 고급 문화가
설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연방대법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이 민주주의를 견제하고 있는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를 자본은 규제로 구속하고 민주주의는 규제에서 풀어 놓은
시대로 평가한다. 테러, 세계화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21세기에는 민주주의가 보다 안전해져야 하는데, 대의민주주의를
회복해서 직접민주주의의 함정을 벗어날 것과 여론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전문기구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저자의 논지에 대해 결국 엘리트주의를 주창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민주화는 달성했지만 선진국 진입에는
실패할 것 같은 우리의 현실을 답답해 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sdlee5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