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 발족과 관련하여
대법원장님과 동 위원회에 대한 건의문

우리 서울지방법원 판사들은 지난 3월 말 발족한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이하 단지 ‘위원회’라고 약칭함)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사법부 인사제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법원장님과 동 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내용들을 건의하고자 합니다.

첫째, 사법부 내부의 민주화를 위해서 일선 법관들의 다양한 의견이 법원행정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당초 이러한 취지로 각급 법원에 판사회의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번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내용에 관해서도 전혀 일선 법관들의 의견수렴과정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코트넷 상에 위원회 사이트가 개설되었지만, 법관들의 의견개시는 최근 게시물에 뜨지 않는 관계로 법관들의 활발한 의견개진과 토론이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법관토론장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최근게시물에 뜨지 않는 게시물은 거의 읽혀지지 않습니다.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코트넷 상에 경조사 사이트를 따로 만드는 방법 등으로 법관들이 위원회 법관토론장에 게시하는 자료가 최근게시물에 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주시기를 건의합니다.

둘째, 법관인사위원회의 실질적 심의기구화를 통해서 모든 법관인사가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셋째, 대법관 선임과 관련하여 대법관의 위상의 특수성에 비추어 전체 법조인 가운데 신망이 높은 인재를 다양하게 추천받고 실질적 다면평가를 거쳐서 제청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소수, 약자를 위해서 헌신해온 개혁적인 인사가 제청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전처럼 대법관의 직위가 법원장급 법관 가운데 승진의 자리로 인식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 법관의 연수와 재교육을 더욱 강화하여 모든 법관이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날이 전문화돼가고 복잡해지는 사회현상에 부응하여 직접된 판례 연구나 새로운 학계의 연구성과, 선진외국 법학이나 판례를 습득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기를 소망합니다. 나아가 다음에서 말씀드리는 실질적 단일호봉제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법관들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평생 한 두 가운데의 전문재판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인사제도가 강구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섯째, 지난 1999년도의 대법원 설문조사 결과 전체 법관의 80%이상이 지지하고, 금년 3월에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합의한 법관단일호봉제의 취지는 법관들로 하여금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법관인사제도(이하 '실질적 단일호봉제'라고 약칭함)를 확립하여 법관의 신분보장을 철저히 함으로써 사법권 독립을 실질적으로 이룩하자는 대에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우선 다음과 같은 사법부 인사원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행정부와 사법부의 인사원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검찰을 비롯한 행정부는 그 성격상 능력우선의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법부는 그 고유의 사명인 재판업무를 감당함에 있어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정의롭고 공평한 판결을 최고목표로 삼는다고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법관의 신분보장이 필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법관의 신분보장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법부의 경우도 심급제도와 관련해서 사실상 능력에 따른 발탁인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과적으로 법관의 신분보장을 형해화한다면 발탁인사의 요구를 희생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994년 당시 대법원 주도 하의 '사법제도 발전위원회'에 의해서 이루어진 법원조직법 개정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고등부장을, 5년 이상의 경력자로 고등판사 및 지방부장을 임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던 동법 제45조 제2항을 삭제함으로써 판사의 직급을 폐지하였던 것입니다. 이로써 이미 법원조직법상 단일호봉제를 이미 도입한 것입니다. 당시 사법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등부장 승진연수에 해당하는 경력을 가진 법관에 대해서 같은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는 내용의 단일호봉제'를 찬성 17 반대 3으로 의결하였으며, 그에 따라 위 법원조직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1994년 대법원 발간, 사법제도개혁백서 상, 847면 및 907면 참조). 그에 따라서 대법원 인사발령도 그 전에는 고등부장 발령을 승진발령으로 하던 것을 전보발령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부장에 대해서 정무직 처우를 하도록 되어 있는 법관의 보수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같은 경력의 법관이라도 고등부장에 발탁된 사람만을 특별대우하는 인사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체제부조화(體制不調和)요, 이에 대해서 위헌이라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어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발표한 위원회 의제 가운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선발 기준과 절차, 법원장의 임기제 및 고등부장과의 순환보직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고등법원 구성방법을 그대로 두는 것을 전제로 종전처럼 한 기수의 법관 가운데 40 내지 60%(앞으로 한 기수의 법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점차 20 내지 30%까지 축소될 것임)만 고등부장으로 선발하는 방법을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법관을 선발한다는 것은 선발되지 않은 법관을 무능한 법관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지게 됩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선발에 탈락한 법관들은 대부분 사직하여 변호사 업무에 나서게 되었으며 상당한 경력의 법관들이 사직한 자리를 연소법관들로 충원함으로써 법원에 대한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낮추는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기수의 법관 가운데 40 내지 60%(앞으로는 70 내지 80%) 선발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실질적인 단일호봉제의 취지를 도저히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실질적 단일호봉제의 취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에서 선발제도를 그야말로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에 한하여 운용하게 되는 인사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가지 방법으로서 위원회에서 '별지 1'과 같은 인사방법을 도입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논의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여섯째 실질적 단일호봉제가 이루어진다면 법관에 대한 근무평정 결과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능하게 될 것이나, '별지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의 주관적 평정제도의 폐해에 비추어 이를 폐지하고 독일 등 선진국에 있어서와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정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제도의 폐단을 상세히 실시하는 이유는 현 제도가 선발식 승진제도와 결합한 결과 법관관료화(法官官僚化)의 폐단이 특히 심하다는 점에서 선발식 승진제도를 철폐하고 실질적 단일호봉제로 가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실질적인 단일호봉제를 전제로 할 때, 즉 현재의 선발식 승진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면 근무평정 결과가 의미가 있는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될 것입니다. 대법관 등 특히 아주 예외적인 보직에 특히 우수한 법관으로 하여금 맡길 필요가 있는 경우 그 선발을 위해서, 그리고 특히 실력이 없고 나태하기 때문에 같은 보직에 계속 보하는 것이 국민에게 폐해가 됨이 명백한 극히 소수의 법관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만 근무평정제도가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법관들은 별로 근무평정에 신경을 쓰지 않고 소신껏 당당히 성실히 일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법관인사제도가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사재판 담당 법관들에 대한 객관적 평정 방법의 한 예를 참고로 '별지 3'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편 매해 평정결과를 본인이 희망할 경우 열람하고 그것에 대해서 이의를 할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대법관 등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극히 나태한 법관으로 될 우려가 있는 법관들만 열람하게 될 것입니다. 평정점수가 평균보다 월등하게 미달할 경우에만(어느 정도를 그렇게 볼 것인가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것임) 나태한 법관으로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평정은 대법관을 제외한 전체법관에 대해서 해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우수한 대법관 선임을 위해 평정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법관이든 어느 보직을 맡아서 2 내지 3년 정도 일한 결과 평균적인 법관보다 상당히 능력이 부족하고 나태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보다 쉬운 보직을 맡도록 해야 국민에게 피해가 줄게 될 것입니다. 보직을 맡기기도 전에 그 보직에 적합한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근거가 박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밖에 법관의 청렴성, 권한남용, 품위손상 등에 관해서는 법관징계법에 규정되어 있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전혀 문제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헌법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왕의 평정결과에 대해서는 위헌시비가 있는 만큼 그 반영을 최소화하고 하나의 참고자료로만 삼아야 함다고 생각합니다.

일곱 재, 위와 같은 방법으로 실질적 단일호봉제가 완성되면 법관의 사직이 줄게 되고, 신규법관임용자도 줄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정한 법조경력이 있는 인사 가운데 정말로 우수한 인사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로 감으로써 국민들이 바라는 법관임용제도를 시행하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상에서 제시한 의견도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특히 한 기수의 법관이 100명 이상 달하는 기수가 최고호봉에 도달하게 될 경우(헌재 경력 9년 차인 연수원 25기부터 그렇게 되므로 13내지 14년 휴의 문제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합헌적이고 합법적인 법관인사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선 위와 같은 인사제도를 시행해본 후 폐단이 실제로 발생하면 그것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2003. 5. 20

건의법관명단(가나다순)
1.부장판사 김선종
2.부장판사 김희태
3.부장판사 문흥수
4.부장판사 박시환
5.부장판사 박정헌
6.부장판사 박찬
7.부장판사 박태동
8.부장판사 손태호
9.부장판사 신성기
10.부장판사 홍경호
외 단독·배석판사 1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