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드컵경기장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가 숱한 화제를 남기고
끝났다. 입장권 최고 50만원, 제작비 65억원, 순이익 5억원, 관객
11만명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도 놀랍거니와 치밀한 마케팅 전략, 기발한
홍보 방식, 최신 경영기법의 도입이 새로웠다. 세계 무대에 자주
오르지도 않는 작품을 한국 오페라 공연사를 새로 써야 할 만큼 크게
성공시킴으로써, 이번 공연은 클래식 공연계가 최신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잠재적인 관객을 개발하면, 현재와 같은 빈사의
지경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사례를 예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성공이 과연 우리 오페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쇼 이벤트로서는 성공했어도
섬세한 음악을 다 죽인 오페라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 "지금 경제도
어려운데 65억원을 꼭 그렇게 써야 했나. 투자에 비해 한국 문화예술계가
얻은 게 뭐냐? 한국 성악가를 조연(助演)에조차 캐스팅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사실 장이머우라는 천재적인 연출가가 조국인 중국을 무대로
한 오페라를 '천안문 팬터지'로 연출한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서울에서 천안문의 붉은 이미지를 재연한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아이다' 야외공연이 또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그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투자의 적절성, 예산·결산의
투명성과 합리성, 작품의 질에 대해 관객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고
비판하는 시민그룹이 생겼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NGO는 많지만 아직
문화NGO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정혜자·금호문화재단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