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군중
(하워드 라인골드 지음/이운경 옮김/황금가지/1만8000원)
요즘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는 여전히 'N세대'일 것이다.
N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와 X세대에 이어 나타난 연대기적 특징보다도,
기성 세대와 달리 현실세계만큼이나 사이버 공간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점유한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전 속에 성장한 이들은 텔레비전
시청보다도 인터넷에 접속해 채팅을 하거나 정보검색을 즐기는 세대이다
보니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해 있다.
이러한 보편적인 문화현상에 대하여 하워드 라인골드는 10년 전에 이미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라는 저작을 통해 N세대들이 구성하는
새로운 사회적 집합체로 이를 정의하며, 가상공간 내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공통의 유대를 구현해 갈 것으로 분석했다. 라인골드가
염두에 두었던 가상공동체는 우리사회에서 현실화돼 붉은 악마를
출현시켰으며, 영국의 가디언지가 보도했듯이 지구상에서 가장 발달된
온라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무대로 부각됐다.
그로부터 10년 후, 라인골드가 그동안 지켜본 인터넷 시대를 분석한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이제 휴대폰을 통해 언어로 서로 소통하는
방식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엄지족(thumb
tribes)의 시대에 그간의 세월 속에서 나타난 군중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 책은 담지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듯이, 20세기의
마지막 10년과 21세기 초의 새로운 사회적 형태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훨씬 강화해 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이어 이동통신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이제
공간적으로도 자유로운 군중들이 그야말로 '참여군중'으로 탈바꿈해
버린 것이다. 과거에는 일방향적으로 형성된 커뮤니케이션 채널하에서
단순하고 수동적이었던 군중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하고
사회전반의 이슈들에 적극 개입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영리한 군중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라인골드는 목격한 것이다. 그가 언급하듯이,
필리핀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마닐라 시민들이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 내렸으며, 영국과 프랑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정치적인 시위현장에서도 인터넷은 이제 이들을 묶는
핵심적인 수단이 됐음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라인골드는 '가상공동체'에서 보여 줬던 파편화된 현대사회의
대안으로서의 사이버공동체에 대한 낙관적인 가능성과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컴퓨터가 생활 전반에 걸쳐 확산될 경우 푸코의
원형감옥처럼 군중 스스로가 집단적 감시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디지털사회의 확산으로
인해 대세를 이루어왔던 기술중심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메시지도 담겨져 있는 것이다.
(성동규·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