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북한과 관련된 발언이 이번 미국방문을 계기로
그 이전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대북(對北)
발언은 '북한에 대한 이해'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병행'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이번 방미기간 중 발언은 '불신'과
'한·미관계 우선' 쪽이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 그동안 "북한은 이미 변하고 있다"(3.3
뉴스위크 인터뷰), "더 이상 (북한에) 퍼주더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
미국이 이래저래 말하면 어렵겠지만, 한국민이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2.13 한국노총 간담회)고 했다. 또 지난 4월 22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김 전 대통령이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병행해야 우리의 자주적 입장이 강화될 것"이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지당하다. 반드시 그렇게 풀어가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 미국방문 기간 중 노 대통령은 "북한을 그렇게 많이
신뢰하지 않는다"(12일 뉴욕타임스 회견),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이해하기 어렵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방법에 동의하기
어렵다"(방미 직전 가졌던 워싱턴타임스 회견)고 했었다. 그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53년 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저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5.12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만찬)라고까지 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군사적 수단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3월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과의
만찬에서 "미국의 무력 공격 가능성에 대해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했으며, 3월 3일자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선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미국에 '지나친 모험을 삼가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고, 2월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에선 "무력공격에 대해
검토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15일 오전(한국시각)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 검토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데 유의…"라고 명시해, 미국의 대북 제재 카드
사용 가능성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이에 앞서 14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선 미국의 북한에 대한, 마약과 미사일 수출 차단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발언 변화가 단순히 미국 땅에서 한·미
관계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사(修辭)' 차원을 넘어서, 늘
북한을 의식했던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