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한국시각 15일 오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겉으로
이견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비교적 모양 좋게 끝났다. 전체적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의 '코드'에 맞추려 노력한
결과로 평가된다. 북핵문제는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미국측의 뜻에 따라 '추가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부시 대통령은 주한 미 2사단 후방재배치의 유보에 사실상 합의해주면서도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강조함으로써 미군의 주둔 개념 재정립 및
이에 따른 재조정을 예고했다. 정상회담 결과를 분야별로 분석해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을 일단 추상적인 수준에서 가까스로 봉합했으나 일목요연하고
일관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공동성명은 일단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한가지씩 수용하는 형식을
갖췄다.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고, 한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할
경우 추가적 조치에 대한 검토'를 수용했다. 남북관계 부문에서도
미국이 남북 화해과정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해준 데 대해 한국은
'남북교류와 협력은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봐가며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입장 변화는 없는 데 반해 한국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과 함께 대북 강경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군사력 배제 방침을
얻어내겠다는 당초 계획은 이루지 못한 셈이다.
한국은 고민 끝에 가치중립적인 '추가적 조치'라는 용어를 받아들여
미국에 '성의'를 표시했으나 문제는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풀리지
않을 경우 양국이 생각하는 추가적 조치가 다를 수 있다는 데 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추가적 조치의 내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고, 양국
실무자들도 공동선언 작성과정에서 구체적 공감대를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콘돌리자 라이스(Rice) 국가안보보좌관과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대변인은 이날 군사적 방안이 여전히
검토대상이라고 강조했으며, 미국은 벌써 북한 미사일과 마약 수출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오는 23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경제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한 당국자는 "추가적 조치는 (북한의) 핵보유와 재처리를
확인한 경우를 상정한 경우"라면서 "아직 한·미 양국간 합의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 조치를 군사적 조치로 좁게 보지
말라"며 "추가적 조치는 아주 약한 조치부터 최후까지 있으며 최후까지
가는 과정은 길고도 매우 복잡하다"고 미국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이번 회담에서는 4월 하순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에
이은 후속회담 여부에도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
향후 남북관계에서 한국은 핵문제와 연계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해 일단
미국측 관점에 부분적으로 호응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