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북송(北送) 자금 2235억원(2억달러)을 4000억원 대출을 받은 3일 후인 2000년 6월 10일(토요일) 외환은행에 입금시켜 놓고도, 정작 해외 송금은 이보다 이틀 늦은 6월 12일(월요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6월 11일(일요일)을 제외하고도, 왜 송금 작업이 하루 늦어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 결국 2000년 6월10일 저녁 북한 당국이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연기하겠다고 전격 통보한 것은 10일까지 정상회담 대가의 나머지인 2억달러의 송금이 일부나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본지가 9일 단독 입수한 산업은행 여의도 지점의 일계표(일일 대차대조표·사진)에 따르면, 산은은 2000년 6월 12일 2235억원의 자기앞수표를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점은 4000억원의 대출금 중 2000억원의 수표를 발행해준 곳이다.

산은 소식통은 “그해 6월 9일 기준으로 산은 여의도 지점 별도예금(자기앞수표를 결제하기 위한 예금) 잔액은 2848억원이었지만, 6월 12일에는 18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이는 현대상선에 내준 자기앞수표를 결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행이 발행한 자기앞수표를 접수한 은행 지점은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뒤에 발행 은행에 결제를 청구한다.

이와 관련 감사원도 6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2240억원의 산업은행 수표 26장이 남북정상회담 사흘 전인 2000년 6월 10일 외환은행 본점영업부에 제시돼 입금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의 한 외환 담당자는 "6월 10일이 토요일이어서 서울 외환시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당시 은행들은 중요한 송금은 토요일에도 실시했다"며 "국정원이 주도한 해외 송금이 늦춰졌다는 것은 돈을 받을 해외 계좌에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중간에 관련자가 송금에 이의를 제기해서 송금이 늦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도 “거액의 외환을 결제하거나 송금할 때는 미리 해외 은행의 담당자와 미리 약속을 다 한다”며 “현대상선이 자금 세탁 방법을 찾지 못해 입금 및 환전 절차를 늦추다가 송금 타이밍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