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올해로 중의원(衆議員)
재직 56년째, 연속 20선을 기록 중인 일본 정계의 최고 원로다. 1983년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요즘도 외국의 전직
원수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일본 외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한 이후 '한·미·일 3국간의
삼위일체적(三位一體的) 협조체제'를 역설하고 있는 그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중국·북한간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다고 통보했는데 어떻게 보나?

"북한이 흔히 해온 공갈 정책의 하나다. 정확한 실태는 모른다. 만약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당장 폐기해야 하고, 폐연료 재처리공장을
가동했다면 동결이 아니라 영구히 포기해야 한다. 나는 당초부터
미·중·북 3자회담에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봤다. 결국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의 다국간 협력으로 문제가 처리될
것이다.

사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체제의 안전 보장이다. 그걸 미국에
요구한다. 북한은 공갈과 구애(求愛)를 함께 하고 있다. 모두들 잊고
있는데, 실제로는 구애다. 현실적으로는 북한은 힘이 매우 약하다.
군사력, 내정 상황을 봐도 매우 약하다고 나는 본다. 이라크도 싸워 보니
엉망 아니었느냐. 북한은 그 이상일 것이다.

공갈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한·미·일 3국에 대단히 중요하다. 결국에는
6개국 문제가 되겠지만 핵심은 한·미·일 3국의 결속이다."

―일본도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많이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다.

"다국간 협의 단계가 되면 중국이 역할을 한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의
이해자'이고, 어느 의미에서는 6개국 회의에서 '중재인' 같은 존재다.
그러나 핵·탄도미사일·화학무기 문제에서는 중국도 미국 일본과 같은
생각이다. 중국은 북한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유도력(誘導力)'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왔는데, 그쪽 분위기는 어떠했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최악의 사태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가?

"미국의 입장은 대단히 강하다. 공갈 외교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전에서 이긴 만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강화됐다. 북한이
벼랑 끝 외교와 공갈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최종적인 군사력 행사마저 포기하면 공갈에
굴복하는 것이 된다.

한국은 북한에 매우 유화적 태도를 취해서 미국과 사이에 거리가 생긴
인상이 있다. 그것이 북한에 대한 힘을 감쇄시켰다. 한·미·일이
삼위일체가 돼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야 힘이 나온다. 한국은 새
정권하에서 '중개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관용적인 태도다. 일본은
그 중간쯤인데, 미국 쪽이다.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반미
여론에도 불구하고 700명의 공병대와 의료부대 파견을 결정했는데,
이것을 평가하고 싶다. 한국이 대북정책을 위해 미·북관계를 잘
조정해나갈 것이라는 하나의 사례로 본다."

―이라크전쟁이 세계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일극 다원(一極多元) 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대립이 생겨났다. 미국 영국 일본은 해양국가,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대륙국가다. 이것이 앞으로 세계 정세의 기본적인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동경=정권현 특파원 kh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