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 한국의
노사관계 수준이 인구 2000만명 이상의 30개 경제권에서 꼴등으로
나타났다. 남부끄러운 성적표이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죽기살기식으로 끝장을
보고야 마는 우리 노사문화에 대한 당연한 평가다.

우리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뒷걸음질치는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걸핏하면 머리띠를 두르고 나오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확성기
소리로 생산현장이 마비되는 나라, 이미 예고된 사태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 교통·물류(物流) 대란을 불러들이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경제와
기업이 온전하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국내기업들도 해외로 달아날 판에
외국기업, 특히 인텔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뭐가 답답해서 이런 나라에
둥지를 틀겠는가.

지금과 같은 노사관계 속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이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모두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한심한 것은 내년에는
꼴찌를 면할 수 있을까 하는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북새통에 새 길을 열어줄 정치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위기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온통 신당(新黨)과 전당대회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화물연대 파업사태로 난리를 치르고 있고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는데도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현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공권력 행사" 운운하는 것도 오히려
밉살스럽게 보일 지경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대책없이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법과 원칙을 들먹인다고 영(令)이 서겠느냐는 말이다.

이런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 한 한국의 노사관계와 한국경제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빈곤과 실업,
자조(自嘲)의 과거로 흘러가는 후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