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에서 30여년간 재직하며 제자들을과학계의 ‘스타’들로 길러낸 조무제 교수. 그는 그동안 일선 고교를 발로 뛰며 우수인재를 발탁해 왔고, 연구비를 끌어모으기 위해 경남과 서울을 수백 차례 오갔다. <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경남의 국립대인 경상대는 이 대학 응용생명과학부 덕분에 국내 과학계에
잇따라 '스타'를 배출하는 지방대로 뜨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지 표지에 논문이 소개된
허원도(許元道·35) 박사, 지난해 대학원생으로는 한국 최초로
'네이처'지에 제1저자로 논문이 실린 김민철(金玟澈·33) 박사 등이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출신이다.

'스타' 뒤에는 이들의 숨은 자질을 끌어낸 조무제 (趙武濟·59)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제자들은 조 교수를
'스타 제조기'라고 부를 정도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조 교수는 80년대 이후 줄곧 경상대에서 재직한
'붙박이' 교수. 그러나 지난 주말 서울에서 만난 조 교수는 서울
도심에 너무나 익숙했다. 그는 "웬만한 호텔·식당 등 사람 만나는
장소는 훤히 꿰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를 끌어모으기 위해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기 때문이란다.

80년대 중반 이후 조 교수는 경남에서 서울까지 수백 차례는 왕복했다고
한다. 그는 "경상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서울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조 교수는 1964년 경상대 전신인 진주농과대학 농화학과에 입학하면서
생명과학 분야의 길을 걷게 됐다. 조 교수는 "당시 몸이 약했기 때문에
가까운 대학을 찾아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학 분야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서울대 농화학 석사를 거쳐
미주리대에서 생화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조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것은 76년. 이미 모교인 진주
농과대에서는 그를 유학 전부터 교수로 정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맞은 모교의 연구환경은 황량했다.

"연구기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어요. 미국에서 배운 걸
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힘에 부쳤습니다."

결국 조 교수는 꼬박 6년을 '놀았다'. 수업이 끝나면 지인(知人)을
불러 바둑을 두는 생활이 계속됐다.

조 교수는 지난 82년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동안 모은 돈과
과학재단에서 지원받은 장학금을 보태 위스콘신대학에서 포스닥(박사 후
과정)을 밟기로 했다.

83년 말 돌아올 때의 모습은 달랐다. 귀국하면서 연구장비를 잔뜩 사들고
돌아왔다. 생화학 연구에 꼭 필요한 효소·기기 등으로 당시 돈으로 치면
2000만원어치였다. 조 교수의 '미국 이삿짐'으로 경상대에는
'유전공학 연구소'가 탄생할 수 있었다. 당시 서울대에도 없던, 국내
최초의 유전공학 연구소였다.

연구소는 세웠지만 다음은 연구비가 문제였다.

"서울에 여관을 잡고, 매일 교육부를 찾아가 설득하고 매달렸어요.
'유전공학'이 정말 중요하다고, 앞으로 '뜰' 학문이라고 말입니다."

지난 85년 국내 최초로 '유전공학 특수목적 연구비'라는 항목이
생겼다. 경상대에는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000만원이라는
연구비가 배정됐다.

조 교수는 연구비 얻기와 함께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남과학고 등 학교로 직접 특강을 나가 우수한
학생을 발굴하면 경상대로 입학시키기 위해 설득작업에 나섰다. 틈이
나면 고3 담임선생님들을 한 자리에 초대해 "서울 가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우수 학생이 있으면 반드시 연락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당시 들어온 학생들은 지금 대부분 해외 유수의 생명과학연구소 등으로
진출해 있다. 그동안 조 교수가 배출한 인력만 해도 100여명이 넘고, 이
중 서울대·이화여대·경희대 등 서울 출신 대학원생도 상당하다. 조
교수 문하출신의 대학교수만 10여명이다.

'학생농사'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연구비 유치활동도 10년 넘게 빛을
발하고 있다. 90년 과학기술부 지정 우수연구센터(SRC)로 뽑혀 매년
8억~10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은 물론, 98년 이후에는 지방대로서는
유일하게 교육부 BK21 대학원 사업단으로 선정됐다.

경상대 생화학과가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기재된 유력 학술지에
실은 논문만 80여편에 이른다. 덕분에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는
포항공대·서울대와 더불어 식물 생명과학 분야의 '빅3'로 꼽히고
있다.

조 교수는 "'실력'으로 승부하려는 열정이 있으면, 지방출신이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대학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눠 등급을 매기는
사회의 '상식'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이 최근 벼의 유전자 기능을 정확히
규명해 생산량이나 병충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25시간도 모자랄 것 같은 '스타제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