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오는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라 15일(한국시각)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은 50돌을 맞는 한·미 동맹관계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빈(李廷彬)·홍순영(洪淳瑛)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경원(金瓊元)·박건우(朴健雨)·현홍주(玄鴻柱) 전 주미 대사들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북한 핵문제와 한·미 동맹관계의 강화 등을 꼽았고,
무엇보다 두 정상간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편집자

◆ 김경원 사회과학원 원장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이며, 가장
긴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다. 이런 측면에서 2001년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김 대통령은 남북 문제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었는데,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호의적인 인상을 갖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부시 대통령과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 북한 핵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거리를 좁혀야 한다.

또한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전후 이라크 재건 문제 등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을 표시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장기적으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대등한 관계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지키고 이성적 대응을 할 때만이 형성된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무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양국
대통령이 만나 그 자리에서 현안을 타결하는 것은 낭만주의적이며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박건우 경희대 아·태대학원장

노 대통령은 향후 5년을 내다보면서 대미관계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말 그대로 새로운 양국 관계를 시작하는 회담이다.
두 정상은 두고두고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결코 서두르거나, 조급하게 대처하기
보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많은 이들이 2001년 초 한·미 정상회담을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는 신뢰
부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믿지 못했던 부시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은 협상가능한
인물"이라고 했고,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의구심(skepticism)이 있다"고 언급, 정상회담 분위기가 냉랭했던
경험을 새길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하고, 논란이 된 주한미군 재배치는 양국이 앞으로 신중하게
처리한다는 대원칙만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정빈 전 외교부 장관

외교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우리 민족의 자존도 지켜가야 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외교는 상대가 있는 만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냉정히 대처해야 한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비확산 체제를
동시에 위협하는 사안이다. 남북한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고,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풀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미 정상은 이를 잘
조화시켜 공동의 어프로치(approach)를 마련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특히 부시 행정부의 북핵 해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국 동맹관계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으나 적어도 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 미국의 불신을 제거해야 한다. 한반도의 번영은 튼튼한
한·미관계가 바탕이 될 때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현홍주 김&장법무법인 고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50년동안의 동맹관계를 기초로,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는 발전적인 양국 관계의 구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필수적 요소는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정상회담 전에 양국 실무진 간에 조율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정상회담 현장에서 일종의 '깜짝쇼'가 일어나서는 결코 안된다.
정상회담의 상대측을 당황스럽게 하거나 불필요한 논쟁이 있을 경우
쌍방간 신뢰에 큰 상처가 생길 우려가 높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이다. 미국 내 일부 여론이 불안해하고,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사가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문제를 거론한 데는
북한의 핵 자체보다는, 동맹국인 한·미 사이에 합의된 전략이 없다는
요인이 컸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차제에 북핵 해법에 관한 공통분모를
부시 대통령과 도출해야 한다.

◆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핵 문제에 대한
조율로서,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교환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관계인데, 일각에서 제기되는 견해차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우리의 자주국방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통일한국의 위상에 관한 것으로, 한국이 통일된 이후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초로 삼을 수 있도록 확실한 비전과
의견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세 가지 의제를 갖고 논의할 때 노 대통령은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것과 함께 부시 대통령의 의견도 경청하고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동시에 아시아권 국가이며, 미국을
배제한 채 우리의 장래를 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