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李容根) 전(前) 금융감독위원장에게 구속 영장이 신청된 7일, 금감위와 금감원 분위기는 침통했다. 금융회사 건전성을 감독하는 당국의 수장이 그것도 퇴출 위기에 몰린 부실 금융사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는 금융감독 당국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씨가 받았다는 돈은 앞으로 20년 동안 국민 세금으로 메워질 공적자금이나 마찬가지다. 4800억원의 출처는 명확하진 않지만, 나중에 정부가 1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나라종금의 부실을 메워줬기 때문이다. 나라종금이 뿌린 뇌물은 회사 부실로 차곡차곡 쌓였을 것이다.

이용근씨는 검찰에서 “돈은 받았지만 나라종금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1월 영업정지 이후 그해 5월에야 나라종금을 퇴출시키지 않았냐는 주장인 것 같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다르다. 한 사례가 금감위 관할인 자산관리공사의 당시 석연치않은 행동이다. 자산관리공사는 1999년 대우 사태로 흔들리는 나라종금에 2484억원을 예치했다.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사기 위해 정부에서 받은 공적자금이었다. 결국 공사는 2001년 나라종금 영업정지로 인해 이 돈을 떼이고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신 지급받았다. 부실회사에 공적자금을 예치했다 떼인 뒤 또다시 공적자금을 받는 비정상적 행동을 한 것이다.

당시 공사 관계자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나라종금에 돈을 예치했다”고 밝혔다. 나라종금의 자금난을 막아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명(救命) 운동’이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 시스템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감독 당국 수뇌부가 부실금융사에서 돈을 받아먹고 일개 금융사를 구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개인의 부도덕성과 함께 감독 시스템 어딘가에 큰 문제가 있음을 증명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