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막내동생이 서울의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식구들은 좋은 날인 만큼 모두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런데 식사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가 간단히 식구끼리 모임을 갖고자
예식장측에 남은 음식을 좀 싸달라고 했더니, 그러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예약한 음식값을 다 치르고 그 남은 음식을 싸달라는데
돈을 내라니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그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다. 어머니에게
"신부 엄마냐?"고 확인한 후 계속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돈을 줘야
신랑·신부가 잘 살고 안 주면 우리가 악담을 해서 못 살게 할 것이라며
계속 돈을 요구했다. 정신도 없고, 그런 무서운 말을 듣고 돈을 주지
않을 신부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어머니도 돈을 주고 말았다.

세상에 기가 막혀도 너무 기가 막혔다. 정히 돈을 요구하려면 좋은 말로
해도 될 것을, 경사스러운 날 그런 악담을 하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다니
말이다. 좋은 날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신랑·신부 가족들의 심리를
이용, 돈을 뜯어내는 행위는 칼만 안 들었지 강도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다 같이 기분 좋아야 할 기쁜 날에 그런 속상함을 겪는 것이 언제까지
관행이 되어야 하는가. 먼저 자진해서 상대방의 수고로움에 좋은
마음으로 감사 표시하는 것과 상대방측의 무서운 말과 함께 요구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차라리 예식장에서 '서비스
요금'이라는 명목을 만들어서 신랑·신부측에 충분한 사전 설명이
있었다면 누구나 거기에 응할 것이다.

흰 종이 위의 검은 점 몇 개는 쉽게 눈에 띄는 법이다. 예식장측의
정당한 서비스와 그에 맞는 정당한 대가가 오갈 때 평생 한 번 있는 몇
시간 되지 않는 식 자체가 웃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엔 드러나지 않은, 아니 누구나 알면서도 그냥
넘기는 이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당한 대가와
정당한 요구가 이뤄질 때 깨끗한 사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너무도
당연한 공짜심리에 화가 난다. 하루빨리 그런 풍토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경진/ 37·주부·경기 부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