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제 19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국민들 앞에 그 내용을 다 털어놓아서
이 진흙탕 속에서 발을 빼기 바란다.
전씨는 대통령 재직시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재벌들로부터
받은 것이 나중에 드러났고 아직도 1900억원 가량을 국가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이 돈을 무기명채권 방식으로 숨겨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전씨 소유인 190억원 가량의 무기명채권이 발견된 바도
있다.
그런 전씨가 엊그제 법정에서 "가진 돈이 30만원뿐"이라고 답변했다는
소식은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또 하나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다. 명색이
전직 대통령이 이제 갓 서른살이 된 판사와 '그럼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해외여행 갔느냐' 따위의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한국적인 비극이다.
전씨가 자신의 '궁핍함'을 강조하면서 "측근들과 자식들도 겨우 먹고
살아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가당찮은 일이다. 그의
씀씀이가 통이 컸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자신을 대신해 감옥에
갔다 온 측근에게 현금 30억원을 주었던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고, 전씨
자녀 중 한 사람은 '신흥 출판재벌'로도 불린다. 그의 동생은 과거에
땅을 팔아 번 돈에 대한 세금으로 종합소득세 납부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겨우 먹고 산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정도로
전씨의 인식은 국민들과 멀어졌다.
전씨가 내지 않고 있는 추징금 1900억원은 국가의 돈이다. 전씨는
지금까지 국가를 향해 "찾을 수 있으면 찾아가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식으로 끝까지 버텨서 법망은 용케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씨는 '쿠데타 군인'에다 '부패'의 계급장까지 달고
역사에서 퇴장하게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