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당국자들이
25~26일 쏟아낸 말들에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뉘앙스가 물씬 풍긴다.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가 최선책"이라면서
"외교는 과정이고, 시간이 걸린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의 배경에는 북한의 핵 보유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며,
북한의 폐(廢)연료봉 재처리 주장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엄포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북한의 재처리 주장에 대해, "그
말이 정확한지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아직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26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발빠르게
전화한 것은 앞으로 외교적 과정에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중국의 면전에서 핵보유를
주장함으로써 중국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으며, 앞으로 중국의 대북
입장이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베이징 회담에 이은 후속회담을 추진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백악관과 국무부가 "베이징 회담이 유용했다"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로 읽혀지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베이징에서
시작된 회담은 예비회담적 만남"이라고 여운을 남겼고, 리처드
바우처(Boucher) 국무부 대변인도 북측이 나름의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를 면밀히 검토해 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들도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책 계속
추구'라는 결론을 내린 만큼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국방장관은 25일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파월(Powell) 국무장관과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외교적 방식에 의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이 문제는 부시 대통령과
파월 장관에게 맡겨져 있다"면서, 군사적 방안 여부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비난하는 의장성명과
안보리 전체 성명을 시차를 두고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열렸던
안보리 회의에서는 중국이 의장성명 채택을 반대한 데다, 미국도 베이징
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슬그머니 물러섰었다. 미국은 이제 북한이 핵
보유를 공개 주장한 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비난
성명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구두(口頭) 압박이나 3자회담 속개(續開)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논의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제재 수위는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금수(禁輸)와 해상봉쇄 등 강경책이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