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혁명
(김대식 지음/에듀조선/8500원)
'혁명'과 '기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출판계의 유행처럼
되어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은 "뇌의 원리를 알면 놀면서도 1등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분히 자극적인 홍보 문구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면 그리 선정적인 내용만은 아니다.
저자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의과대학에서 신경과학과 교수로 근무하는
김대식(36) 박사. 독일 다름스타트 공과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과학을
공부했고, 막스프랑크 뇌연구소에서 인지심리학 석사와 신경생물학
박사를 받았으며, 미국 MIT 두뇌인지과학과의 포스트닥(박사후 연구원)을
마친 '뇌과학' 전문가다. 실전에서 직접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공부 기술'을 가르치기 보다는, "뇌의 형성 원리에서부터 뇌가
학습을 받아들이는 과정, 뇌의 구조에 순행하는 학습방법, 똑똑한 뇌를
만들고 훈련하는 방법"을 입증된 연구결과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김 교수의 문제의식은 "현대 뇌과학은 학습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를
쏟아냈는데도 학교나 부모들은 이 발견을 아이들 교육에 응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점에 놓여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소위
뇌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oint). 보통 12세 전후까지의 시기로,
이 기간까지 사용되지 않는 뇌의 신경세포들은 연결이 끊어지거나
사라진다는 것. 그는 "결정적 시기가 끝나지 않은 어린이의 뇌는 마치
굳기 전의 찰흙과 같아서 스폰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인다"면서 "뇌
발달에 가장 나쁜 것은 늘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 물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있다. 가령 ▲영어의 l과 r 발음을 잘
구분하기 위해 혀를 수술하면 효과가 있다 ▲타잔처럼 동물들 사이에
자라난 사람이라도 나중에 학습하면 인간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다
▲놀면서도 배울 수 있다 ▲잠자기 직전에 공부하면 더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아이의 뇌는 선천적으로 한국어를 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등의 명제에 참·거짓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으신지. 뇌과학의
실험들은 이 명제들에 대해 순서대로 거짓, 거짓, 참, 참, 거짓의 답변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는 아주 잔인한 실험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바벨탑 이전의 언어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황제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갓난아이들을 유괴한 뒤 격리시켜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했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사용한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황제는 이 아이들이 신의 언어인 유대어로 말할
것을 기대했지만, 이 아이들이 중얼거린 것은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일 뿐이었다. 어린 시절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사례다.
김 교수는 "4~5세에 어휘를 배우기 시작하여 5~6세에 또래끼리 영어로
된 만화영화를 보게 하면 흥미를 유발하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이 때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게 되면 뇌는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