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온 지 몇 달이 되었다. 단지 내 상가에도 예쁜
이름의 가게들이 차례로 들어서고 있다. 고객과 상인 사이에 오가는
손길과 말투도 조심스럽고 깍듯하다. 어쩐지 기분이 좋다. 그렇다.
새롭다는 것. 어설퍼 보여서 낯설게 느껴지는 생경감이란 뒤집어보면
지루하고 따분한 생활에 잠깐이나마 신선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이처럼 만끽하고 있는 깨소금같은 재미에 초를
끼얹는 일이 생겼다. 아파트 단지 앞 새 유치원 앞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으니 가져간 유치원 화분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이었다. 경고문은 지역주민에 대한 일종의 배반감과
분노를 머금고 봄바람에 떨고 있었다.

유치원을 자신의 아이들이 가장 정직하고 건강한 삶의 걸음마를 배우는
꿈의 집이라고 생각했다면 감히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옳았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꽃밭에 물을 주고 있길래 화분을 찾았는지 물어
보았다. 선생님은 "아니요, 하지만 필름을 빼보면 알 수 있겠죠"라고
했다.

CCTV카메라가 판도라의 상자로 바뀌는 순간, 그 속에서 떨어질 '유치원
꽃도둑의 눈물'이 보여 벌써부터 안쓰럽기만 하다.

(李承弼 70·시인·경기 김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