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곡이 실린 킹 크림슨의 데뷔앨범 '인 더 코트 오브 더 크림슨 킹(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은 프로그레시브 록을 정의해버린
명반이다. '에피탑(Epitaph)'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으면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이들의 음악은 '에피탑' 이외의 곡들에 있다. 1969년
결성된 이 그룹이 최근 새 앨범 '더 파워 투 빌리브(The Power To
Believe)'를 내놓았다.
로버트 프립(기타) 마이클 길스(드럼) 이언 맥도널드(보컬) 그렉
레이크(베이스)로 출발했던 킹 크림슨은 몇 차례 해체와 복귀를
반복했다. 그렉 레이크는 앨범 2장을 낸 뒤 프로그레스브 록의 또다른
명그룹 '에머슨 레이크 & 파머'로 옮겼다. 현재 멤버는 로버트 프립,
애드리언 벨루, 트레이 건, 팻 마스텔로토까지 4명. 프립은 올해 57세다.
이들의 최근 소식은 작년에 헤비메탈 밴드 '툴(Tool)'과 함께 공연
투어를 했다는 것이었다. 얼핏 조합이 어색해 보이지만, 그 '어색함'을
음악으로 만들어내 온 것이 킹 크림슨과 프로그레시브 록의 역사이기도
하다.
새 앨범은 킹 크림슨의 실험정신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명백히 인더스트리얼 계열 메탈 음악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프립은 차가운 기계적 사운드에 몽환적인 연주를 합쳐 그들만의 색깔을
창조해냈다. '아이즈 와이드 오픈(Eyes Wide Open)'이나 '레벨
파이브(Level Five)'에 이들의 실험적 사운드가 흠뻑 묻어난다. '해피
위드 왓 유 해브 투 비 해피 위드(Happy With What You Have To Be Happy
With)'는 이들이 '툴'과 협연하며 서로 음악적 영감을 나눈 것을
실감케 하는 '아주 헤비한' 곡이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애드리언
벨루가 프립과 '투 톱'을 이뤘다.
이미 1960년대에 '21세기 정신분열증 환자(21st Century Schizoid
Man)'를 노래한 킹 크림슨은 이번 앨범에서도 전반에 걸쳐 미래적
사운드를 연주한다. 이들을 통해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팬들은 행복하다.
(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