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내린 19일 오후, 수원 농촌진흥청 앞 서호(西湖)에 150여명의
시민·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서호를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서시모)
회원들의 두 번째 정기모임. 지난달 출범한 '서시모'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모임을 갖고 서호와 주변을 깨끗이 하고 있다. 쓰레기봉투와
집게, 갈퀴 등을 지급받은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호숫가를 돌며
담배꽁초, 음료수캔과 페트병 등 쓰레기를 주워 모았다.

작년 말 처음 '서시모' 창립을 제안한 공동대표
정연규(鄭然奎·46·공무원)씨는 "10년째 서호 곁 아파트에 살면서도
냄새난다고 불평만 할 뿐 내 손으로 가꿀 생각은 못 했었다"며 "인근
주민들이 힘을 모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웃었다. 친구들과 함께 개나리
군락지를 청소하며 숨을 몰아쉬던 인근 숙지중 3학년 한성은(15) 양은
"가끔 가족과 호숫가에 나오지만 안 보이는 곳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숨어있을 줄 몰랐다"고 했다.

서호는 18세기 말 정조 때 수원 화성(華城)을 지으며 함께 축조한 농업용
인공 호수로 해질녘 모습이 아름다워 팔경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로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물고기와 새떼는
사라지고 여름이면 악취가 났다. 95년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3급
공업용수 기준치 10ppm의 4배가 넘는 41.7ppm을 기록했을 정도.

'서시모'는 매달 서호와 서호천 5~6곳 수질을 조사할 계획이며 오는
6월엔 서호변 달리기 대회를, 11월엔 서호 사진 전시회도 연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명인중 장윤태(40) 교사는 "아이들에게 강과 호수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소중한
투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