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야쿠자·러시아 마피아·중국 삼합회 등 해외 범죄조직들의 동북아 지역 주요 거점이 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부산을 무대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된 해외 범죄조직은 일본 야쿠자 정도였으나 요즘은 러시아 마피아·중국 삼합회까지 가세, 부산을 해외 범죄조직의 암약 거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밤 영도에서 발생한 러시아인 권총 살인 사건이 대표적 사례.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관련 범죄는 이것 말고도 종종 발생해왔다. 2001년 9월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인 바소(48)씨 등이 부산 동구 초량동 속칭 텍사스 거리 등을 거점으로 마약 밀매 등을 한 혐의 등으로, 지난 99년 7월엔 러시아 마피아 중간보스인 트로피모프 발레리(45)씨가 무역 관련 채무·채권 해결사 노릇을 한 혐의로 각각 경찰에 구속됐다.

하지만 이번 권총 살인 사건은 그 수법이 영화처럼 대담무쌍하다는 점에서 부산을 무대로 한 해외 조폭들의 범죄가 종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을 거점으로 하던 해외 범죄 조직의 원조는 역시 가까운 일본의 야쿠자. 부산지검 강력부는 2001년 재일동포가 상속인인 부산지역 유명 호텔과 나이트클럽의 상속 과정에 개입, 폭력을 휘두르고 6억원을 일본으로 빼돌린 야쿠자 간부 기무라(40)씨를 구속했다. 지난 96년 2월엔 기무라 마사히코(62)씨 등 일본 야쿠자 3명이 중국 심양으로부터 필로폰 3㎏을 국내로 들여와 일본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부산지검 강력부에 적발됐다.

중국 삼합회는 밀입국 분야 등에서 부산과 관련을 맺고 있는 상태다. 중국 삼합회 조직원인 중국 교포 엄모(27)씨가 2001년 5월 한국 여권밀매조직과 연계, 중국교포들에게 위조여권을 판매해오다, 같은 해 9월엔 조모(45)씨 등 국내인 3명이 중국 삼합회와 연계해 중국교포 사진으로 위조여권을 발급받아 오다 경찰에 구속됐다.

이는 야쿠자나 러시아 마피아 등에 비하면 아주 초보적 단계인 셈. 그러나 부산항 물동량의 30~40%를 차지하는 환적화물의 대부분이 중국을 오가는 화물이고 한중(韓中) 교류가 다양한 분야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조만간 러시아 마피아 등의 수준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부산이 해외 범죄조직들의 동북아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부산의 폭력조직들과의 연계 여부다. 지난 90년 초반 범죄와의 전쟁 이후 대부분 와해 위기 상태인 부산의 조폭들이 해외 범죄조직과 결탁, 조직 재건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

게다가 신20세기파 출신 간부가 수산업을 하고 있는 등 부산지역 수산유통업에 이미 상당수 조폭 관련자들이 진출한 상태여서 같은 업종을 자금줄로 하는 러시아 마피아 등 해외 범죄조직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조건이 갖춰진 상태다. 일부에선 수사 당국에 적발되지 않았을 뿐 수산물 수출입·러시아인 연예인 관리 등 관련 사업 분야에 편의를 봐주는 등으로 이미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