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8일, 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에
대해 언급하면서 "3월 초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중간통보를
했다"고 밝혔으나, 한·미 양국은 공식적으론 "그런 통보 받은 바
없다"고 한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일까.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20일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성렬 차석 대사가 3월 초 도널드 그레그(Gregg) 전 주한미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프레드릭
캐리어(Carriere) 부이사장에게 '핵재처리를 시작했다'는 점을 이미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에 의하면, 한성렬은 당시 미국 뉴욕에서 있은 한 모임에서
"우리는 핵 재처리 시설(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고, 이후 3월 중순까지 여러 차례 비공식 경로를 통해 같은 내용을
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밝힌 '3월 초
중간통보'는 바로 한성렬을 통한 통보일 가능성이 크다.

한 대사의 첫 언급이 나온 뒤 미국 정보당국은 첩보위성과 한·일과의
여러 협의채널을 가동, 북한이 실제로 핵 재처리 시설을 가동했는지
확인에 들어갔으며, 당시 북한이 동결(凍結)된 방사화학실험실의
노후화된 재처리 장비를 북한이 수리하려는 징후들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까지 실제 가동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대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도 "한 대사가 캐리어 부이사장에게 재처리를
가동하겠다고 한 언급은 비공식적인 것"이라면서 "북한이 우리에게
통보해온 바도 없으며, 한·미는 지금까지 북한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여러 차례 '재처리 중'이라고 밝혔다면,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이를 공개리에 문제삼았어야 했는데도 정부
당국이 왜 '침묵'을 지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