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가 성인식을 치른다. 만화가 김수정(53)씨가 1983년
4월22일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를 시작하며 세상에 내보냈던 이
'배불뚝이 공룡'이 내일 만 스무 살이 되는 것. 19일 부천 송내동에
자리잡은 '둘리의 거리'에서는 원혜영 부천시장이 참석, '청년
공룡'이 된 둘리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고, 생일 당일인 22일에는
서울대병원 소아암병동에서 어린이 환자들이 둘리를 위해 케익에 촛불을
켜고 축하노래를 불러줄 예정이다. '둘리 아빠' 김수정씨는 "가족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면서 "지난 20년간 한결같은 애정을 보여준 독자와
관객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75세의 연륜을 자랑하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나 1952년부터 연재됐던
일본의 '아톰'에 비하면 손자나 아들 뻘의 나이지만, '아기공룡
둘리'는 지난 20년간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캐릭터 상품만 1000가지가
넘고, 출연한 CF도 20여가지나 되는 국내 최고의 인기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뿐만 아니라 아파트 벽면과 청소년용
힙합 청바지에도 등장했고, 2001년에는 뮤지컬에도 데뷔했다. 김씨는
"오는 7월부터는 '뮤지컬 둘리'가 전국순회공연을 펼칠 예정이고,
내년에 방송 예정인 26부작 TV애니메이션도 한참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97년 만화캐릭터로는 사상 처음으로
유엔아동기금(UNICEF) 후견인으로 임명됐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크리스마스 실(Seal) 발행, 서울대병원 소아암병동의 이미지 캐릭터 등이
이 사랑스런 공룡이 내세우는 대표적 외부 활동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세형 교수는 "둘리는 출판만화로 시작해, 극장용
애니메이션, 뮤지컬, 그리고 캐릭터 상품 등으로 뻗어나간 독보적
성공사례로 꼽힌다"면서 "국산 캐릭터의 '원조'이자, 그 이후
'산업적 성공'을 노리고 태어난 수많은 창작 캐릭터들의 기폭제가
됐다"고 했다.
'아기공룡 둘리'의 인기비결로 문화평론가 김동식씨는 '전복적
상상력'을 꼽았다. '공룡'(恐龍)의 사전적 의미는 "무서운 용"인데,
이런 고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것. 고질라나 킹콩, 용가리 등
영화 속 괴물 공룡들과 달리, 만화 속 둘리는 젖먹이 '희동이'에게
꼬리를 잡혀 질질 끌려다닐 만큼 '연약하고 친근한'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또 "라스베가스 서커스단에서 탈출해 나온 닭 닮은 타조"이자
둘리의 친구인 또치, "백수건달이지만 언제나 스타를 꿈꾸는"
가수지망생 마이콜, "만년과장이면서도 대식구를 몽땅 떠 맡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길동이 아저씨 등 다양한 연령대와 개성의 조연들도 한
몫 했다.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상품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둘리나라의
윤주 국장은 "지난 20년은 '짝퉁 둘리'들과의 전쟁을 벌였던
시간이기도 했다"면서 "경찰들과 함께 지하 공장에 숨어있다는 둘리
인형을 찾아나선 일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는 "스무 살을 맞은
둘리의 성공사례를 통해 새로 시작하는 국내 창작 캐릭터들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리 약력
▲1983년 ‘아기공룡 둘리’ 만화연재 시작(월간 보물섬)
▲1987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6부작·KBS)
▲1994년 단행본 만화 10권으로 완간(코믹엑스 출간)
▲1995년 ㈜둘리나라 설립
▲1996년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개봉
(같은 해 한국영화 흥행부문 4위, 비디오 판매부문 1위)
▲1997년 만화 캐릭터로는 세계최초로 유엔아동기금(UNICEF) 후견인으로
위촉.
▲1999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독일에 수출. 인도네시아에
출판만화 수출.
▲아기 희동이, 서울대병원 소아암병동의 이미지캐릭터로 선정. 가수
마이콜, 혼혈아들을 위한 '펄벅재단'의 이미지 캐릭터로 선정.
▲2001년 경기도 부천시에 '둘리의 거리' 조성. 국내 최초의 캐릭터
뮤지컬 공연.(극단 에이콤)
▲2002년 둘리 크리스마스 실 발행.
▲2003년 중국 연변대학에서 둘리 만화책 출간.
▲서대문 역사박물관 홍보대사로 선정. 부천시 명예시민증 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