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유일의 한국인 타자인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잠재력은 어렸을 때부터 발휘됐다. 또래들보다 머리 하나가 컸을 만큼 키가 크고 몸이 좋았던 데다, 단거리 육상선수로 운동의 기초를 다져놓았기 때문. 광주 송정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방망이를 잡은 그는 이내 대형타자로서의 ‘싹’을 보였다. 광주 충장중학교를 거쳐 광주일고로 진학했고, 1학년때인 1995년엔 1년 선배인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과 함께 청룡기 고교야구 우승을 일궜다. 프로야구 해태(현 기아)와 고려대의 스카우트 공세를 받았던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돕겠다는 고려대를 택했고, 신입생이던 1998년 이탈리아 세계야구선수권서 두각을 나타내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었다. 결국 1999년 4월 12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컵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최희섭은 싱글A부터 트리플 A까지 착실히 성장을 거듭, 4년간 마이너리그서 423경기에 출전해 홈런 82개와 307타점을 올렸다. 결국 작년 9월 4일 빅리그에 합류한 최희섭은 닷새만인 9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서 첫 홈런을 터뜨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최희섭은 선천적인 자질과 함께 특유의 성실성까지 갖췄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3년 8개월여만인 작년 12월 귀국한 뒤엔 남해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시카고 집도 일부러 홈 구장인 리글리필드에서 자동차로 3~4분 떨어진 임대 아파트를 잡았다. 훈련장까지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한 것. 신인왕은 물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최초의 동양인 타자가 되고 싶다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