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언더핸드스로, 150㎞ 직구, 왼손타자, 야구의 정설.'
김병현의 선발 첫승은 의미가 크다. 다이아몬드백스의 실험적인 시나리오에 주인공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엔 잠수함투수가 드물다. 빅리그가 동양인 옆구리 투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개 '생소하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구 최고시속이 150㎞를 넘는다면 분명 매력적인 스카우트 요인이 된다.
하지만 '생소하다'는 장점은 불펜에서 뛸 때만 보장받을 수 있다. 선발로 등판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오른손 잠수함 투수와 왼손타자의 천적관계'가 부담스럽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발로 뛸 경우 김병현 특유의 솟구치고 가라앉는 변화구 역시 타순이 한바퀴 돌면 상대 타자 눈에 익게 된다. 왼손 타자를 어떻게 공략하느냐, 5이닝 이상 끌고갈 래퍼토리를 갖고 있느냐 등 김병현은 많은 과제를 안고 선발로 전업했다.
고집스럽게 선발 전환을 주장해온 김병현에 대해 지역 언론이 별다른 지원 사격을 해주지 않았던 점도 이같은 '통계의 정설', 게다가 2001년 월드시리즈의 악몽 등 나쁜 기억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3차례 선발 등판에선 운이 안 따랐다. 3경기서 방어율 3.71로 그럭저럭 제몫을 했지만 득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3패에 그쳤다. 내용은 좋았다. 3차례 경기서 오른손타자에 대한
피안타율(0.244) 보다 왼손타자에 대한 피안타율(0.222)이 더 좋았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었다.
4번째 출격서 첫승의 감격을 안았다. 김병현은 '야구의 정설'을 깨기 위해 제구력을 가다듬는 과정에 있다. 완벽한 코너워크의 150㎞짜리 직구는 왼손타자가 훤히 보면서도 공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