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24·시카고 컵스)은 이틀 연속 홈런에 100% 출루.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는 올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투수와 타자로서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두 선수가 17일(한국시각) 나란히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달랐다.
◆ ‘빅 초이’는 두려워
미사일. 경기 후 더스티 베이커 컵스 감독은 최희섭의 홈런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내 평생 그렇게 강하게 맞은 홈런은 본 적이 없다”는 말도 곁들였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서 5번 타자로 출전한 최는 새미 소사의 홈런으로 3―0으로 앞선 1회말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우완 폴 윌슨. 최희섭은 볼 카운트 2―2에서 몸쪽으로 파고드는 시속 143㎞짜리 빠른 공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거의 직선으로 빨랫줄처럼 뻗어나갔고, 순식간에 우측 담장 위를 스쳐 관중석 계단 난간을 맞고 튀어 나왔다. 공식 비거리는 110m. 시즌 3호로 새미 소사와 똑같은 페이스다.
최희섭의 파워를 경험한 레즈 투수들은 다음 타석부터 철저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홈런을 맞은 윌슨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4회 2사 만루에서는 왼손 투수 켄트 머커가 최를 볼넷으로 걸러 밀어내기로 1점을 헌납했다. 최희섭은 6회와 7회에도 상대 투수들의 경계 속에 볼넷을 골랐다. 이날 1타수 1안타 2타점을 추가한 최는 시즌 타율 0.276을 기록 중이다. 최는 특히 뛰어난 선구안으로 이날까지 14개의 볼넷을 골라 출루율 0.523으로 새미 소사(0.545)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다.
◆ 약(藥) 주고 병 준 동료들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6회까지 5안타 2실점으로 역투, 올 들어 가장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고질인 볼넷도 1개밖에 없었다. 최고 구속은 148㎞. 잘 맞은 타구가 많았지만 1루수 테셰이라, 중견수 크리스텐슨 등 야수들의 호수비로 세 차례나 병살플레이를 연출하며 4―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줘 시즌 2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6―2로 앞선 8회초 구원투수들의 난조와 2루수의 실책으로 무려 7실점, 박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박찬호는 그래도 방어율을 9.28에서 7.02로 떨어뜨렸고, 제구력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