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영정보여자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지난 11일 교내 운동장에서 양팔을 올리며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전 행사에서 선보일‘빛의 샘’매스게임 연습을 하고 있다. /大邱=<a href=mailto:jw-lee@chosun.com>이재우기자 <


대구 북구 고성3가 시민운동장은 요즘 사무실 천장을 뜯어내고 케이블을
설치하는 전기 통신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오는 8월 개막하는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축구 경기장. 지난 2월 17억원을 들여
전광판을 컬러 동영상이 가능한 첨단형으로 교체했다.

세계 170개 참가국의 임원·선수가 묵게 될 북구 동변동 선수촌도 아파트
24개동이 모두 건설돼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공정 94%로, 벽지·커튼
등 내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수성구 대흥동 월드컵 스타디움의 잔디는 지난해
월드컵 경기 때만큼 파릇파릇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조직위 시설담당
김영기(金榮基·44)씨는 "에어컨를 비롯한 일부 설비만 들여놓고
미디어실 내부 구조만 좀 바꾸면 크게 손볼 곳은 없다"고 말했다.

개막식전을 장식할 매스게임 연습도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빛의 샘'이란 주제로,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대구를 비추는 장면
등으로 구성됐다. 대구 경영정보 여자고등학교 1학년생 30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대형(隊形) 만들기, 동작 익히기에 열중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8600명 모집에 1만3000여명이 몰렸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5일 현재 대회 준비상황은 전체적으로 65% 수준.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인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170개국
임원·선수 등 1만1000여명이 참가해 오는 8월 21일부터 11일간
대구·경북 등 65개 경기장에서 육상·축구 등 13개 종목에 걸친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U대회에 대한 지역의 분위기는 아직 냉냉하기만 하다.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조직위로선 조바심을 낼 만한 상황이다. '다시 뛰는
대구, 함께 하는 유니버시아드'란 홍보 문구가 올해 초 대구 공항과
주요 도로 홍보판에 등장했지만, 시민들은 별 무관심이다. "지하철
참사의 여파로 아직 U 대회를 생각할 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
같다"는 게 조직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회 조직위는 이러한 분위기 탓에 지역 홍보 계획을 한 달 이상
연기했다. 대형 홍보 시설도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각종 행사나 홍보
영상물 방영도 뒤로 미뤘다. 지난 3월 24일 D-150일을 맞아 성대한 기념
축하쇼를 준비했으나, 이 역시 취소했다. 손석균(孫錫均) 홍보부장은
"흉흉한 지역 정서로 인해 북치고 장구치고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탓에 대회 인지도는 예상보다 낮다. 'U대회가 미인 선발
대회냐'는 '황당한' 문의도 간간이 있을 정도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뤄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은 U대회로 인한 지역 경제효과는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으나, 시민들은 "돈 없는 대학생들이 며칠 있다가 가는데
무슨 큰 덕 볼 게 있느냐"며 신통치 않은 반응들이다.

해외에서의 관심도 아직은 미온적이다. 조직위는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미디어 정보'를 2주일에 한 번씩 5000여건 메일로 발송하고 있으나,
이를 열어본 이는 30%를 밑돌고 있다. 미국·일본·영국 등 6개국은
지하철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대회 성공을 기원한다"는 '위로
전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회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U대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의 결의는 대단하다. 매스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황자영(黃慈英·17·대구경영정보여자고등 1년)양은
"대구 지하철 사고로 나빠진 대구 이미지를 이번 대회로 꼭 만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U대회 대학생 명예기자인
신윤정(申潤貞·여·22·대구대 3년)씨는 "지하철 참사로 마음은
아프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는 대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U
대회 홍보사절 '드리미'의 일원인
윤기미(尹基美·23·여·대구가톨릭대 2년)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공공시설에 대한 안전의식이 향상되고 있음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전 행사 안무를 맡은 최명희(崔明姬·여·48)
한국피트니스협회 이사장은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대구경영정보고 등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불행한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마무리가 이뤄지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참여 열기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대구사랑운동 시민회의
전호영(全鎬榮·65) 공동대표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U대회로 묻혀서는
안 된다"면서 "오랜만에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인 U대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역경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